최근 전기차 충돌 안전에 대한 대중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 충돌 사고 후 폭발 및 화재가 발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불안을 줄이기 위해 지난 12일 기자단을 초청해 전기차 충돌안전평가를 진행했다.
장소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 40,000m2(12,100평)에 달하는 터라 안내에 따라 충돌테스트센터로 이동했다. 이동 중 가장 먼저 지나친 공간엔 수많은 더미들이 앉아있었다. 더미는 충돌 피해를 정확하게 계측하기 위한 인체 모형이다. 더미 곳곳에 장착한 센서로 상해 데이터를 계산하고 이를 차량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더미는 27종 170세트에 달한다. 실제 눈앞에 앉아있는 더미들은 영유아부터 성인 남녀의 다양한 체구를 반영하고 있었다. 최근 사용하는 더미는 쏘오(THOR, Test Device for Human Occupant Restraint)다. 높아지는 안전 기준에 따라 상해를 보다 자세하게 측정할 수 있는 최신 더미다. 기존 하이브리드-lll 더미 대비 머리, 목, 흉부, 복부, 골반, 하지 등 센서를 100개 이상 더 추가해 정밀한 상해 계측이 가능하다. 또한 측면충돌 인체 모형은 월드 SID를 사용해 상해도를 측정한다.
더미실을 지나 펼쳐진 공간은 충돌장이다. 규모는 2,900m2로 평 단위로 바꾸면 877평에 이른다. 실차 충돌 실험장 치고도 꽤 큰 편. 시설은 100톤의 이동식 충돌벽과 3개 트랙을 구성해 전방위로 충돌 테스트를 할 수 있다. 한계 충돌 테스트는 최고 속도 시속 100km까지, 최대 중량은 5톤 차까지 시험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신차 출시 전 개발 단계별로 정면/옵셋(부분 정면), 차대차, 측면/후방 시험 등 실제 사고를 재현한 다양한 충돌 모드 시험을 차종당 100여 차례 이상 진행한다. 또한 실제 충돌 시험 전 버추얼 충돌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종당 평균 3,000회 이상 충돌 해석 과정을 거친다.
이날 진행한 테스트는 시속 64km에서의 전방 40% 옵셋 충돌이다. 다만 뒷좌석에 여성 승객 인체 모형을 추가한 점이 기존 같은 테스트에서와 다른 점이다. 미국 IIHS(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 협회) 충돌 상품성 평가 중 업데이트할 내용을 미리 대비하기 위함이다. 대상 차종은 2024년형 아이오닉 5다.
테스트를 시작하고 안전에 유의하라는 안내와 함께 사이렌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얼마 후 아이오닉 5가 빠른 속도로 달려와 충돌벽과 부딛히며 굉음을 일으켰다. 곧장 차에서 연기가 피어올랐지만 에어백을 팽창시키기 위한 화약에서 발생한 연기였다.
현대차 관계자가 차체에 흐르는 전류는 없는지 안전 점검을 진행한 후 기자단이 충돌한 아이오닉 5를 둘러봤다. 충돌 부위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찌끄러져 있었다. 그럼에도 A 필러와 승객실 내부에 변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운전석, 측면, 커튼 에어백 역시 모두 정상 작동했다. 더불어 모든 도어 열림도 문제가 없었다.
이후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시험 결과는 최우수 등급인 'GOOD'. 전기차 충돌 점검 사항인 고전압 절연저항과 고전압 배터리 파손으로 인한 전해액 누유 혹은 화재와 연기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충돌 속도와 타격 위치도 규정 범위 이내에 들어와 이날 시험은 결격사유 없이 통과한 것이다.
다만 이번 테스트가 자동차 충돌 테스트 중 가장 가혹한 조건은 아니었던 게 아쉬움을 남긴다. 스몰 오버랩과 측면 충돌 등의 테스트가 있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이 둘의 테스트 결과는 작년 말 IIHS가 공개한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결과는 모두 최우수 등급인 'GOOD'. 따라서 이날 테스트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그간 쌓인 전기차 충돌 안에 대한 불안을 어느 정도 잠재우기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