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dict
렉서스코리아 리무진과 MPV라는 은밀하고 비범한 조합
GOOD
- 가장 비싼 렉서스라는 ‘하차감’
- 중고차 세계 최강 감가 방어력
BAD
- 에어 서스펜션보다 좋다는 서스펜션이지만
- ‘알파드 + 1억 = 렉서스 LM 500h’, 동의?
Competitor
- 메르세데스 벤츠 S500 4매틱 : 설마 세단이 불편한 회장님이 계십니까?
-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 4인승 1.6 하이브리드 : 9천만 원 남는다
렉서스의 신형 MPV 렉서스 LM 500h를 최근 시승했다. 토요타 알파드를 기반으로 만든 렉서스 LM 500h은 이번이 2세대 모델로 지난해 9월 국내 출시한 알파드의 렉서스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시승한 모델은 렉서스 LM 500h 4인승으로 6인승과는 달리 격벽을 설치해 벽면에 48인치 LCD 패널과 냉장고 신발장을 집어넣는 등 개인화 요소를 더 극대화한 모델이다.
렉서스 LM 500h는 이번 세대부터 기존의 스핀들 그릴을 더욱 확대한 스핀들 보디 타입으로 개념을 확장했다. 전면부를 가득 채웠던 스핀들 그릴은 이제 흔적만 남았으나 그 존재감은 아직 남아 있다. 허니콤 패널의 그릴과 좌우로 쭉 찢어진 헤드램프는 앙칼진 아우라를 담았다. 측면은 알파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분한 편이다. A필러를 최대한 앞으로 배치해 MPV의 공간감을 최대한 살리는 배치 여기에 캐릭터 라인을 강조하기 보다는 군더더기를 없애 차체 길이를 더 강조했다. 뒷좌석이 더 중요한 모델 답게 뒷문의 면적이 매우 큰데다 이 부분만 알루미늄 소재를 썼다.
리어뷰는 좌우로 연결한 리어램프가 눈에 띈다. 다른 어떤 렉서스 디자인과도 다른 독립적 디자인인데다 차체 상단부터 하단까지 전고가 1,955mm에 이를 정도로 높다. 해치 도어 방식으로 개폐하는데 리어램프에 배치한 버튼을 눌러 여는 독특한 방식. 알파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렉서스 LM 500h 최고의 백미는 단연코 광활한 공간을 자랑하는 2열. 그 가운데에서도 2개의 독립 시트는 럭셔리 리무진의 MPV 버전으로 가장 심혈을 기울인 공간이다. 우선 시트 자체의 크기가 크고 다리부터 엉덩이 등과 머리까지 모두 맞닿아 휴식 공간으로 중요한 구성이다. 가죽은 렉서스의 세미 아닐린 소재를 한번 더 공정을 거친 L-아닐린. 감촉 자체는 기존 렉서스의 감촉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색감을 구현하는 것과 내구성 그리고 오염을 견디는 능력이 더 높다는 것이 렉서스의 설명이다.
리무진급 PMV답게 각종 기능은 모두 전용 태블릿으로 다룰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차창도 네모 반듯하고 격벽의 기능성 공간 역시 네모 반듯하다. 기타즈미 히로야 치프 디자이너에 따르면 “선과 면의 교차는 최대한의 공간을 뽑아내기 위한 노력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렉서스 LM500h 2열을 오르고 내릴 때 최대한 힘이 덜 들도록 손잡이와 사이드 스텝의 각도 구성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덧붙였다. 실제 그가 설명한 대로 오르고 내려보니 고령층 탑승자들에게 더 어울릴 법 했다. 참고로 오치하타 마나부 치프 엔지니어는 만성 요통이 있다며 차를 오르고 내릴 때 편의성과 시트는 차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으며 이 부분을 렉서스 LM500h에 반영했다고 고백했다.
렉서스 LM 500h 2열 격벽에는 다양한 기능을 담았다.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48인치 화면은 OTT 서비스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다만 OTT 셋탑박스는 센터 콘솔박스에 담겨 있는데, PDI 센터에서 설치하는 터라 정리되어 있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격벽 하단에는 작은 냉장고와 신발 등의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헤드라이너 공간도 이색적이다. 알파드에서 미리 경험했던 것이지만 좌우 개별로 여닫을 수 있는 자그마한 선루프. 헤링본 무늬로 배치한 우드 그레인과 등화류는 조작감과 기능성이 좋은 편이다. 선쉐이드는 4공간으로 분리해 모두 개별적으로 작동하며 온열시트 기능은 손잡이까지 확대해 겨울철 거주성을 높이는 데에 일조한다.
렉서스 LM 500h 4인승은 오로지 뒷좌석 거주성만 신경 썼을 것 같지만 1열도 상당히 세심한 배려를 찾을 수 있다. 다만 렉서스에 따르면 “1열 운전자가 편히 운전해야 2열 승객도 안심할 수 있으므로…”라는 생각으로 1열을 구성했다고 한다.
우선 첫 느낌은 알파드와 큰 차이가 없다. 벨트라인이 낮아 시야가 크게 확보되어 있고,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 버튼의 배치, 조작감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다만 혼 커버 위 렉서스 배지나 기어봉 그리고 가죽의 소재감이나 우드 그레인의 무늬 시트 스티치의 배열 등 거주성과는 큰 상관없는 부품에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문을 여는 방식에 전자식 도어 캐치를 넣었다는 점이 차별화될 뿐이다.
렉서스 LM 500h은 전장이 5,135mm나 되는 매우 큰 MPV다. 이 차는 2.4L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에 6단 변속기를 맞물려 네 바퀴를 모두 굴린다. 다만 엔진 구동력은 앞바퀴를 굴리고 리어 액슬에 전기모터를 삽입해 구동력을 더했다. 각각은 모두 주행 상황에 따라 독립적으로 제어하는데 수십년간 엔진과 모터의 구동력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 회사답게 어색함이 없었다. 최대토크는 46.9kg.m이다. 토크 밴드는 매우 완만하게 상승곡선을 그리도록 배치했다. 다시 말해 가속력이 어느 한 구간에 집중되기보다 힘을 풀어내는 구간이 길고 매끈하다는 것. 복합 연비는 10.1km/L로 덩치에 비해 준수한데다 실연비도 좋았다.
전체적인 발진 성능과 3-80km/h 가속력 그리고 회전에 따른 차체 제어 능력도 나무랄 데가 없다. 무엇보다 리무진급 MPV답게 소음과 진동 그리고 충격량을 제어하는데 탁월하다. 2.4L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의 반응 역시 대체로 흠잡을 곳 없다. 다만 제동능력은 예상과 달랐다. 제동력은 꾸준하게 이어는 선형적이었지만 제동거리가 너무 길다. 짧은 시내 구간이나 50km/h 이하는 별 다른 체감이 없었다. 다만 고속도로 등 100km/h 이상 차속을 끌어올리고 최대한 제동을 해보니 상당한 거리가 필요했다.
휠 베이스가 3,000mm로 매우 길고 공차중량만 2,470kg에 이르는 MPV라는 점. 심지어 2열에 VIP를 태우고 주행해야 하는 4인승 렉서스 LM 500h 목적상 급제동을 해야 하는 빈도가 많지는 않을 터. 하지만 자동차의 기본 성능인 달리고 돌며 서는 작동 중 제동력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같은 시행코스를 한번 더 반복하는 기회를 얻었다. 수차례 제동력을 테스트해 보았지만 다른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시승 후 오치하타 마나부 치프 엔지니어에게 제동거리가 길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최근 우기가 겹쳐 노면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점’, ‘다른 시승 참가자에겐 없었던 의견’이라며 “쇼퍼(드리븐)용이라 페달 스트로크가 적긴 하지만… 제동력에 관해선 문제가 있을 수 없다”고 답변했다.
렉서스 LM 500h 배터리는 1.4kWh 288v 5Ah 양극성 니켈 메탈 배터리. 2021년 토요타 아쿠아에 처음 적용한 이 배터리는 토요타가 개발한 것으로 전류 흐름이 원활해 하이브리드 차량에 적합하다는 것이 토요타의 주장이다. 앞서 국내에 선보였던 토요타 크라운, 렉서스 RX 450h의 것과 동일하다.
9,920만원에 판매하는 토요타 알파드는 이미 수백만 원씩 웃돈이 붙어서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렉서스 LM 500h 역시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급화에 매우 충실한 모델인데다 마땅한 대체제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당한 기간 운용을 해도 중고차 가격이 떨어질 일도 없어 보인다. 렉서스의 국내 중고차 감가방어 능력이 뛰어나고, 운용간 렉서스코리아 AS는 기간도 길고 특별 대응반도 꾸렸다. 그만큼 이 차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보태어 차량은 물론 소유자들의 생활을 어떻게 하면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몰두하고 있었다. 렉서스코리아는 2025년 렉서스 LX 출시도 숨기지 않았다. 향후 렉서스 L라인업을 더 주목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