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dict
멋진 실내외 디자인과 이전 대비 훨씬 좋아진 주행 성능을 지녔지만 여전히 2열 공간은 옹색하다.
GOOD
- 슈퍼카를 '닮은' 외모
- 크게 개선한 주행 성능
- 인증 복합 연비를 우습게 뛰어넘는 놀라운 연비
BAD
- 답답하게 느껴지는 실내 공간
- 10만 원만 더하면, 5,000만 원...?
Competitor
- 현대 아반떼 하이브리드 : 풀옵션 3,386만 원, 신형 프리우스의 장점을 전부 누릴 수 있다.
-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 : 풀옵션 3,947만 원, 신형 프리우스 장점에 넓은 실내까지 누릴 수 있다.
어디가 슈퍼카를 닮았을까?? || 토요타 프리우스 HEV & PHEV [디자인편]
지난 1997년 토요타 프리우스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개념조차 모호했던 시절부터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내공을 쌓아온 것이다. 이후 벌써 2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제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리고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의 재탄생'을 선언했다. 어떤 점이 달라졌을지 시승을 통해 알아봤다.
Design.
이전 프리우스(4세대)는 안정적인 디자인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3세대 프리우스 대비 파격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호불호를 불러왔다. 그 결과 출시 3년 만에 부분 변경을 통해 무난한 디자인으로 모습을 크게 바꿀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실물로 맞이한 신형 프리우스는 한 눈에도 멋져보인다. 동시에 이전 대비 커 보인다. 하지만 실제 커진 정도는 길이가 20mm, 폭이 20mm 늘어났을 뿐이다. 높이는 오히려 40mm나 줄었다. 즉 디자인을 통한 시각적 효과로 만들어낸 결과라는 뜻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블레이드 형상의 앞 범퍼 디자인. 날렵하게 빚은 범퍼 디자인에 얇은 헤드램프를 둘러 차체가 실제보다 더욱 넓어 보이도록 했다. 특별한 장식 요소 없이도 세련미를 품은 동시에 현대적인 이미지를 듬뿍 담은 디자인이다.
시선을 측면으로 이동하면 낯선 실루엣이 눈에 띈다. A 필러를 극단적으로 눕혀 차의 보닛부터 꽁무니까지 유려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독특한 건 천장의 가장 높은 지점이 B 필러를 지나 위치한다. 보통 운전자 머리 위에서 가장 높은 천장 높이를 가진 다른 차와 분명하게 차별시킨 실루엣이다.
뒷모습은 패스트백의 날렵함을 살려 디자인했다. 좌우로 길게 뻗은 리어램프와 그 주변에 두른 검은 장식이 시각적인 무게감을 덜어주고 범퍼부터 층층이 쌓아 올린 구조로 안정감도 함께 전달한다.
실내 변화도 인상적이다. 최근 트렌드를 따라 좌우로 넓게 펼친 대시보드 형상으로 실내를 넓어 보이게 하는 동시에 12.3인치의 커다란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첨단 느낌도 물씬하다. 송풍구 아래로 배치한 아날로그 토글스위치 역시 큼지막하고 직관적인 배치로 사용성이 좋다.
가장 반가운 변화는 대시보드 상단 중앙에 위치했던 계기판이 운전석 앞으로 옮겨왔다는 점이다. 차의 속도와 상태를 동승자들과 공유한다는 건 유쾌한 경험이 아니니까. 아울러 계기판을 멀직이 떨어뜨리고 스티어링 휠 지름을 줄여 스티어링 휠 너머로 계기판을 보도록 배치했다. 앞서 푸조에서 사용하던 운전석과 비슷한 구성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없이도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칭찬할 구성이다. 또한 스티어링 휠을 낮게 배치했음에도 무릎 공간과 간섭을 일으키는 일도 없다.
실내 공간도 부족하지 않다. 바짝 누운 A 필러와 40mm 낮아진 전고로 머리 공간이 부족할 거란 걱정도 실제 운전석에 앉았을 땐 문제가 없었다. 1열과 2열 시트를 기존 대비 낮게 배치해 오히려 스포티한 운전 자세를 연출하는 데 도움을 줬을 정도다. 다만 A 필러의 기울기로 전방 시야가 답답해진 건 극복하기 힘들었다. A 필러를 투톤으로 처리해 시각적 부담을 줄였음에도 실제 사각지대는 운전에 방해 요소로 다가왔다.
2열 공간은 기존 프리우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성인 남성이 편하게 앉긴 힘들다는 뜻이다. 2열 승객을 위한 에어 벤트와 편의 사양도 부족하기 때문에 2열 공간은 자녀 등하교 정도에 이용하는 수준 이상을 기대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 덕에 2열 공간의 갑갑함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Performance
국내에 출시하는 신형 프리우스는 두 가지 파워 트레인을 얹는다. 2.0리터 가솔린 하이브리드(2.0 HEV)와 2.0리터 가솔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이하 2.0 PHEV)다. 이중 먼저 시승한 차는 2.0 PHEV다. 2.0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힘을 합쳐 223마력을 발휘하는 구성이다.
차에 시동을 걸고 계기판을 확인하니 13.6kWh의 리튬이온배터리는 가득 채워져 있었다. EV 모드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 역시 7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찍혀 있었다. 참고로 환경부 인증 EV 주행 가능거리는 64km다.
주행 모드를 EV 모드에 맞추고 기어 레버를 D 레인지로 당겨 주행을 시작했다. 주행 상황에 따라 가속 페달을 얕게도, 깊게도 밟아가며 교통 흐름에 맞춰 달렸다. 인상적인 건 유럽산 PHEV와 달리 아무리 깊이 가속 페달을 밟아도 시원하게 차를 밀어줌은 물론 엔진은 깨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애초에 강력한 모터(111마력)를 장착하는 직병렬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했기에 가능한 장점이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을 이어갈 때 역시 전기 모터만으로 교통 흐름을 맞춰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토요타 설명에 따르면 EV 모드만으로 시속 130km까지도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하체 감각은 꽤 단단하다. 저속으로 시내 구간을 빠져나갈 때 노면의 자잘한 요철들도 실내로 고스란히 전달하는 수준. 다만, 안정감보다 편한 승차감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단단하다. 의아한 건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이면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더 속도를 높이면 일본차 특유의 물렁함 때문에 불안한 마음도 피어오른다. 이유는 1,605kg에 달하는 무게에 숨어있다. PHEV는 HEV 대비 160kg이나 무거운 수준. 무거워진 무게를 방어하기 위해 하체 세팅을 단단하게 조인 것이다. 저속에선 요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고속에선 부드럽게 변하는 이중적인 하체를 갖게 된 배경이다.
이어서 시승한 차는 2.0 HEV 버전이다. 처음 출발하는 순간부터 PHEV 대비 경쾌한 감각이 돋보인다. 파워트레인 구성은 PHEV 버전과 같다. 출력은 193마력으로 PHEV보다 낮게 세팅했다. 대용량 배터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속력은 비슷하게 느껴진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1,445kg) 덕분이다.
엔진이 깨어나며 들려오는 소음 정도 역시 둘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엔진이 깨어는 빈도수에서 그 차이가 도드라진다. PHEV는 배터리가 있는 상태라면 가능한 엔진이 깨어나지 않게 하지만 하이브리드는 시도때도 없이 엔진이 깨어난다. 따라서 하이브리드 버전에서 거친 엔진 음색이 훨씬 거슬리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출력 자체는 만족스럽다. 이전 프리우스가 연비만을 위해 타는 차였다면 신형 프리우스는 엔진 배기량을 키우고 출력을 74마력이나 끌어올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 펀치력까지 전달한다.
하체 감각 역시 하이브리드 버전에 최적화했다. 일본차 특유의 부드러움을 간직한 채 차체를 안정적으로 떠받친다. 시내 구간에선 요철을 상쇄해 승차감을 지켜내는 동시에 고속 영역에선 안정감을 지켜낸다. 아울러 코너링 상황에서도 자세가 무너지는 법이 없다.
놀라운 점은 195mm의 얄팍한 타이어를 끼우고도 높은 수준의 그립 능력을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완성도 측면에서 하이브리드 버전이 PHEV 대비 높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결정적인 부분이다.
가격
토요타는 프리우스 HEV와 PHEV 각각 2가지 트림으로 출시했다. LE와 XLE, SE와 XSE로 나눠 기본형과 옵션을 추가한 버전으로 구성한 것. 가격은 HEV LE가 3,990만 원, XLE가 4,370만 원, PHEV SE가 4,640만 원, XSE가 4,990만 원이다. 엔진 배기량을 키우고 상품성을 끌어올린 것 대비 시작 가격을 3000만 원대에 묶은 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편의 사양 목록을 펼쳐보면 노골적으로 상위 트림으로 선택하라는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HEV와 PHEV 모두 상위 트림을 골랐을 때, 19인치 휠,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 인조가죽 시트, 메모리 시트, 파워 시트, 열선/통풍 시트, 럼버서포트, 엠비언트 라이트, 열선 스티어링 휠까지 들어가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오는 양을 감지하는 레인 센서 역시 상위 트림에만 적용했다. 실제 구매를 고려할 때는 HEV가 4,370만 원, PHEV가 4,990만 원인 셈이다.
물론 준중형 하이브리드인 걸 감안하면 다소 높은 가격이지만, 프리우스의 상징성과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진 디자인과 주행 성능은 이를 납득하게 한다. 더불어 와인딩과 고속도로 주행 위주로 각각 80km 이상 주행하고 기록한 HEV 21.6km/L, PHEV 29.2km/L의 연비 역시 프리우스를 선택하는 데 정당성을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