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엔 이름이 붙어있다. 때로 별명을 부르기도 하는데,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의외로 별명이 대상을 더 잘 나타내는 경우도 많다. 자동차 코드네임이 딱 그렇다. 특히 BMW는 이를 잘 활용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때문에 지난 3 시리즈 코드네임에 이어 5 시리즈 코드네임을 준비했다.
5 시리즈 코드네임도 3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알파벳 ‘E’와 숫자를 조합한 방식을 사용했다. 알파벳 ‘E’는 ‘Entwicklung’이라는 독일어 앞 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번역하면 ‘발전’을 의미한다.
최초의 코드네임을 붙인 5 시리즈는 지난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데뷔한 1세대 5 시리즈다. 코드네임은 E12. E12 디자인은 마르첼로 간디니의 손길을 거친 2200ti 콘셉트를 원형으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폴 브라크가 양산형으로 다듬은 것이다.
1981년 등장한 2세대 5 시리즈 역시 코드네임은 알파벳 E로 시작한다. 숫자는 28이 따라붙는다. 디자인은 1세대를 그대로 계승한 게 특징이다. 그리고 역사적인 M5 탄생을 알리기도 했다. 또한 5 시리즈 최초로 디젤 엔진을 얹은 524td를 출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528e라는 특별 버전도 출시했다. 연료 효율을 위해 레드존을 낮게 설정한 엔진을 실었는데, 80년대 오일쇼크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1988년 모습을 드러낸 3세대 5 시리즈는 E34의 코드네임이 붙는다. 뛰어난 완성도로 BMW 마니아들 사이에선 BMW 공학 기술의 결정체로 불리기도 한다. 가장 큰 특징은 앞으로 열리는 보닛이다. 레이싱 노하우를 녹인 것. 더불어 다양한 기술과 안전 사양도 추가했다. 앞좌석 에어백, xDrive이 대표적이다. 또한 5 시리즈 최초 투어링도 선보였다.
4세대 5 시리즈는 199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최초 공개됐다. 클래식 BMW 디자인을 완성시키며 BMW 마니아들, 자동차 평론가들로부터 가장 아름다운 BMW라는 찬사를 불러일으켰다. 엔진 라인업을 4기통부터 V형 8기통 엔진까지 다양하게 구성해 다양한 고객층을 겨냥하기도 했다. BMW를 상징하는 ‘엔젤 아이’ 주간주행등도 이때 발견할 수 있다.
5세대 5 시리즈는 자동차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동시에 논란의 대상이다. 디자이너 다비데 아르켄젤리와 크리스 뱅글의 손끝에서 탄생한 5세대는 ‘뱅글의 엉덩이’와 날개 모양으로 펼쳐진 리어램프를 가지고 있기 때문. 논란이 무색하게 2003년 출시 이후 단종까지 130만 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코드네임은 차체 형상별로 세분화했다. 세단은 E60, 투어링은 E61이다.
6세대 5 시리즈는 가장 다양한 코드네임으로 불렸다. 세단과 투어링에 이어 GT가 새로운 라인업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코드네임 알파벳 역시 E에서 F로 바뀌었다. 6세대 5 시리즈를 F 바디라 부르는 이유다. 차체 형태별 숫자는 그대로 이어와 세단은 F10, 투어링은 F11이 붙는다. GT는 F07이라는 독특한 숫자가 붙는다.
현재 판매 중인 7세대 5 시리즈 코드네임은 알파벳 G로 시작해 세단이 G30, 투어링이 G31이다. GT는 6 시리즈로 독립했음에도 코드네임은 G32로 흐름을 이어간다.
지난 2017년 출시한 7세대 5 시리즈는 이제 세대 변경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위장막을 두른 8세대 5 시리즈 사진이 곳곳에서 발견 중이기도 하다. BMW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8세대 5 시리즈의 코드네임은 G60과 G61이다. 각각 세단과 투어링을 의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드네임은 단순히 마니아들이 대화를 나누기 위한 용도로 끝나지 않는다. 세대별, 차체 형상별 정보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파악할 때 특히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국산차들 역시 코드네임으로 세대를 구분한다. 내 차를 더 잘 아는 일. 코드네임 먼저 체크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