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dict
- 화려함과 안락함을 겸비한 국민 수입차
GOOD
- 수준급인 방음 대책
- 부드러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BAD
- 아쉬운 2열 편의성
- 특정 단수에서 느껴지는 변속 충격
Competitors
- BMW 530i : 변속기의 직결감은 한 수 위
- 제네시스 G80 : 더 넓고 고급스러운 소재 감각으로 무장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6년 연속 수입차 판매량 1위에 오른 ‘국민 수입차’다. 웬만한 국산차보다 많이 팔리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번 시승은 그 이유를 알아보는 자리다. 시승차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E300. 그 중에서도 E300 4매틱 AMG 라인이다.
Design.
전반적인 차체 라인은 전 세대 E-클래스(W213)와 비슷하다. 세부 요소들은 진화를 이뤘다. 헤드램프는 두 개의 LED를 장착해 E-클래스의 고유함을 간직했다. 주간주행등은 이를 감싸고 떠 받치는 구조다. 덕분에 램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릴과 헤드램프 사이는 유광 검은색으로 마감했다. 앞서 EQ시리즈에서 보았던 디자인 요소다. 일체감을 주는 디자인 요소인 셈이다. 그리고 그릴 가운데엔 커다란 삼각별 로고를 박아두고 무수히 많은 삼각별 패턴을 넣어 존재감을 키웠다.
아울러 그릴 테두리는 은은하게 빛나 야간에 존재감을 드러낸다. 시승차는 AMG 라인이라 범퍼 형상을 달리해 양쪽 끝 공기 흡입구 사이 가로선을 그어 스포티함도 더했다.
옆모습은 전통적인 3-박스 세단 형태를 유지한다. 엔진룸과 객실, 트렁크 공간이 철저히 분리한 형태다. 그럼에도 짧은 프런트 오버행과 긴 보닛은 후륜 구동차가 가진 역동성을 불어넣고 일자로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은 안정감 있는 옆모습을 완성한다.
두툼한 C필러 역시 이런 인상을 강조한다. 도어 핸들은 오토 플러시 타입을 적용해 차체 표면에 깔끔함도 더했다.
뒷모습에서 핵심은 리어램프다. 그래픽에 삼각별을 새겨 넣은 것이다. 덕분에 멀리서도 메르세데스-벤츠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단 불이 들어온 부분만 보면 관절 같아 보이는 단점도 보인다. 억지스럽다는 이야기다. 차 전체에 쓰인 로고 플레이가 과해 보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뒷모습 역시 AMG 라인만의 특징은 범퍼 형상에서 차별점을 찾을 수 있다. 범퍼 양쪽 끝 장식과 듀얼 머플러 팁을 장착한 것이다. 다만, 머플러 팁은 장식일 뿐 실제 배기구는 바닥을 향한다.
트렁크는 넉넉한 공간과 편의성이 돋보인다. 용량은 540L로 골프백을 대각선으로 넣을 수 있는 수준이고 바닥 커버를 상단에 건 상태로 추가 공간도 활용할 수 있다.
더불어 트렁크 내부에 2열 폴딩 레버를 당기면 더 긴 짐도 수월히 수납할 수 있다.
실내는 화려함과 첨단 기능을 듬뿍 담았다. 시선을 잡아 끄는 점은 앰비언트 라이트의 적용 범위가 상당히 넓고 화려한 덕이다. 게다가 음악, 차선 변경 경고, 온도 조절 등과 상호작용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저녁엔 유리창에 반사돼 주행에 실내 불빛이 거슬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해 안전 측면에선 감점 요소다.
대시보드를 가득 채운 디스플레이는 중앙에 14.4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조수석 화면도 추가로 지원한다. 화면 품질은 충분히 선명하고 터치 반응도 훌륭하다. 특히 UI가 직관적이라 자주 사용하는 항목과 설정도 편하다.
순정 내비게이션으로 티맵을 사용해 국내 사용 환경에 최적화한 점도 맘에 든다. 넓은 화면을 가득 채운 지도는 보기에도 편해 쾌적함을 더한다. 이외 엔터테인먼트 요소로 유튜브, 틱톡, 웹서핑 등도 활용할 수 있다. 또 대시보드 상단에 있는 카메라를 활용하면 화상 회의나 기념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스티어링 휠은 잠자리를 연상케 하는 D 컷 형상이다. 두툼한 림은 손에 잡히는 부분에 타공을 더해 안정감과 스포티한 느낌을 동시에 전한다. 토글 뭉치는 터치와 물리 버튼을 혼합 사용했다. 실제 사용했을 때 감각은 유쾌하지 않은데, 특히 음악 볼륨 조절이 터치식인 점은 적응에 시간이 걸린다.
2열 공간은 패밀리카로 활용하기에 손색이 없다. 성인 남성이 앉기에도 넉넉하다. 무릎 공간, 머리 공간 모두 쾌적하다. 반면, 2열 실내로 드나들기에 입구가 좁고 편의사양도 부족하다.
참고로 2열 편의사양은 C타입 충전 포트 2개, 열선, 컵홀더가 전부다. 차급을 생각하면 2열 전용 공조 조작 장치와 차양막의 부재가 아쉽다.
Performance
파워트레인은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택했다. 엔진은 2리터 4기통 가솔린을 얹어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는 40.8kgm를 발휘한다.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가속력은 충분하게 전해진다. 속도가 높아져도 추월가속이 어렵지 않을 정도로 출력을 고르게 뿜어져 나온다.
여기에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작고 귀여운’ 모터가 초반에 차를 부드럽게 밀어줘 전반적인 파워트레인 감각을 매끈하게 업그레이드해준다. 4매틱, 네 바퀴 굴림 시스템 역시 가속에 안정감을 더해 엔진 출력이 지면에 전달되는 과정 전반에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실제 질감과 엔진의 음색은 이질감이 있다. 시동을 건 직후와 낮은 RPM에서 디젤 엔진에 가까운 소리가 들리는 탓이다. 실내에서 들리는 소리는 크지 않지만 특유의 맥동이 담긴 소리는 대부분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거슬릴 수 있겠다. 그럼에도 RPM 이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면 오히려 스포티한 소리를 들려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파워트레인의 독특한 점은 달리던 중 정차하는 상황에서 시속 3~5km 즈음, 변속기가 2단에 물려있을 때 시동이 미리 꺼진다는 것이다. 시동이 걸리는 것 역시 계기판을 보고 있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라 거슬릴 염려가 없다.
변속기 반응도 대부분 부드럽고 매 순간 직결감이 좋다. 단, 저단 구간에서 유난히 큰 변속 충격을 발생시키는 경우가 있어 승차감을 방해하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서스펜션은 앞, 뒤 모두 멀티링크를 장착했다. 전륜 서스펜션에 멀티링크를 사용한 건 흔히 쓰는 방식은 아니다. 다시 말해 더 비싼 서스펜션 구조를 적용했단 의미다. 따라서 방지턱과 요철 등 충격을 마주하는 방식은 부드럽게 소화해낸다. 거의 모든 충격을 적은 움직임으로 매끈하게 처리하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 매순간 피칭과 롤링도 적어 고속에서도 안정감을 바탕으로 한 편안함을 경험할 수 있다.
반면, 잔진동 측면에선 약점을 드러낸다. 이유는 20인치 휠 때문이다. 휠 하우스를 가득 채우는 자세는 멋지지만 편평비가 앞뒤 모두 35에 불과해 운전하는 내내 엉덩이를 치는 진동에서 자유로울 리 없다. 만약 승차감을 원한다면 기본 19인치 휠이 더 좋은 선택일 터다.
그럼에도 코너링 성능을 훌륭하다. 타이어 트레드 폭은 앞 245mm, 뒤 275mm다. OE 타이어는 미쉐린 e-프라이머시를 장착했는데 평소 알던 같은 종류의 타이어 대비 높은 접지력으로 코너에서 지면을 놓치지 않는다.
아울러 코너를 탈출하는 상황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네바퀴를 굴려 지면을 박차, 출력 손실 없이 말끔하게 코너를 빠져나갈 수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전자 장비 개입 시기는 이 차가 운전 재미보단 안전한 주행을 하도록 만들어졌단 사실을 일깨운다. 어떤 순간에서도 과한 가속을 이어가면 자세를 바로 잡아 운전자가 위험한 상황을 맞딱드리지 않게 하는 덕이다.
주행을 지속할 수록 차의 정숙성은 빛을 발한다. 거친 엔진 음색은 실내 유입이 적고 속도를 높여 120km/h까지 높여도 바람 소리 한 점 들이치지 않는다. 사이드 미러 각도와 보닛 실링 등을 개선해 공기 저항 계수를 0.23cd까지 낮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다만, 하체 소음은 들이치는 편이다.
오늘 시승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시승차 기준 9,390만 원(E300 4매틱 AMG라인)의 가격표를 붙였다. 흠잡을 데 없는 성능과 편의성을 갖췄지만 대중의 시선에서 비싸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서민의 착시'일 뿐.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여전히 수입차 최다 판매량 자리를 지키며 여전히 '국민 수입차'로 우뚝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