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우스 프라임을 시승했다. 2021년형 출시와 함께 몇몇 안전·편의 옵션을 더했다. 뒷좌석도 5인 가족이 함께 탈 수 있도록 바뀌었다. 연비 좋은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여기까지만 보면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하지만 좁은 트렁크, 높은 판매 가격이 구매를 망설이게 한다.
전기차보다 매력적인 PHEV
‘전기차가 곧 미래다.’ 현재 대다수 제조사들이 외치고 있는 말이다. 소비자들도 관심이 많다. 2019년 진행된 EV 트렌트 코리아의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94%가 향후 전기차 구입을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막상 전기차를 구매하려고 보면, 충전이나 배터리 효율 등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많은 사람이 전기차를 선뜻 구매하지 못 하는 이유다.
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걱정이 덜 하다. 완충하면 근거리는 전기로 주행할 수 있다. 행여나 충전 불가능하다면, 일반 하이브리드(HEV)처럼 기름 넣어 운행하면 된다. 충전에 목매달 필요가 없다는 뜻.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장점이다. 고가의 배터리 가격도 전기차 대비 훨씬 싸다.
프리우스 프라임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프리우스를 바탕으로 배터리를 늘렸다. 덕분에 전기모터로만 40km를 갈 수 있다. 2세대부터 TNGA 기반 플랫폼을 사용해, 차체 강성은 높이고 무게중심은 낮췄다. 2021 프리우스 프라임은 연식변경 모델에 해당하지만 꽤 많은 변화가 있었다. 4가지 예방 안전 기술인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TSS), 뒷좌석 사이드 에어백 2개,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 스마트폰 무선 충전 등의 기능을 더했다. 2명만 탈 수 있던 뒷좌석도 다시 3인용으로 바뀌었다.
튼튼히 다진 내실
디자인은 2017년 출시 당시와 같다. 처음에 기괴하다고 생각했던 얼굴이, 이제 어느 정도 눈에 익어 괜찮아 보인다. 차체 앞뒤 여기저기 파여 있는 골짜기, 두툼하게 올라온 트렁크 해치 등은 공력성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휠도 15인치로 크지 않다. 타이어는 195/65 R 15 사이즈 던롭 Enasave를 신겼다.
앞뒤 램프는 LED로 치장했고, 트렁크 해치 유리도 위아래로 나눴다. 걱정했던 후방 시야가 썩 괜찮다. 놀라운 건 해치 프레임이 값비싼 카본이라는 점. 가벼운 카본 해치는 트렁크 아래 실린 무거운 배터리와 균형을 맞춘다.
실내 들어서면 뭔가 허전하다. 계기판이 중앙에 있기 때문인데, 프리우스 라인업 대표 특징 중 하나다. 운전석 정면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를 마련했다. 굳이 계기판을 보지 않아도 대부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기어 레버는 왼쪽으로 당겨 위아래로 조작한다. 회생제동을 적극 사용하는 B 모드는 D 레인지에서 아래로 내리면 된다. P 버튼은 따로 마련했다.
실내가 간결한 만큼 옵션은 다소 부족하다. 통풍시트,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EPB), 2열 열선 및 송풍구도 없다. 그런데 2열 시트에 앉으니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 확인해보니 뒷시트 옆과 아래에 배터리 열기를 식히기 위한 구멍이 있다. 시트는 푹신해 제법 안락하다.
소재부터 공을 들인 트렁크지만 실용성은 낙제점이다. 트렁크 아래 8.8kWh 용량의 커다란 배터리 때문이다. 실제로 장바구니 하나를 세워 넣지 못 한다. 그래도 2열 시트 폴딩을 지원한다. 다만, 낮은 트렁크 천장 그리고 시트와의 큰 높이차 등을 이유로, 요즘 유행하는 ‘차박’은 어려워 보인다.
내연기관의 이상적인 진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느낌을 살펴보기 위해 충전된 전기를 모두 소진했다. 이때부턴 몸무게 무거운 하이브리드로 봐도 된다. 프리우스 프라임은 프리우스 2WD(1,380kg)보다 150kg 무겁다. 하지만 차를 가볍게 밀어주는 느낌이 프리우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엔진만큼 힘센 전기모터가 보조하기 때문. 덕분에 135km/h에서도 모터로만 주행 가능하다. 엔진과 전기모터를 합한 시스템 총 출력은 122마력이다.
하이브리드 선구자답게 엔진 켜고 끄는 동작이 부드럽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친한 친구처럼 합을 맞춘다. 회생제동 이질감도 적다. 일정하지 않은 페달 답력은 운전을 방해하는 요소인데, 프리우스 프라임은 페달에 실린 무게만큼 반응을 보인다. 고속 안정감은 보통이다.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 기능은 정차 및 재출발까지 지원한다. 차선 추적 어시스트(LTA) 기능은 DRCC를 활성화해야 사용할 수 있다.
운전대를 돌리면 앞바퀴가 부드럽게 대응한다. 짜릿한 손맛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이 차의 목적에는 충분한 수준이다. 프리우스 프라임의 최저지상고는 122mm다. 스포츠카만큼 낮다. 이유는 차체 아래 공기 소용돌이를 줄이기 위해서다. 공기 저항은 연비를 생각보다 많이 떨어뜨린다.
전반적인 방음 대책은 무난하다. 다만 힘을 쥐어짜면 엔진 소음이 급격히 커진다. e-CVT도 일반 CVT와 마찬가지로 가속 시 높은 엔진회전수를 유지한다. 실제 일상 주행에선 전기모터와 낮은 rpm의 엔진 힘이면 충분해, 큰 불만이 생기지 않는다.
230km 넘는 주행을 마치고 기름 게이지를 확인했다. 눈금 8칸 중 거의 6칸 반이 남았다. 트립 상 연비는 20.4km/l. 연료탱크 용량은 43L다. 단순 계산으로 880km를 주행할 수 있다. 단, 이 수치는 성능 테스트를 포함한 연비다. 일반적인 경우 이보다 높을 터. 근거리는 전기차처럼, 장거리는 하이브리드처럼 이동할 수 있다. 충전만 가능하다면 전기차보다 훨씬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문제는 5천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
문제는 가격이다. 단일 트림으로 4,934만 원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구매 보조금 500만 원은 2021년부터 폐지됐다. 이 정도 가격대엔 경쟁자가 많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옵션도 가격도 차이가 크다. 값비싼 카본 해치나 LED 헤드램프 등의 부품을 많이 넣었지만, 정작 소비자가 원하는 옵션은 부족하다.
물론, 프리우스 프라임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훌륭하다. 다만 경쟁 모델들의 수준이 높아진 만큼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 농익은 파워트레인을 느끼고 싶다면, 3,397만 원 프리우스(2WD) 혹은 3,712만 원 프리우스(AWD)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