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가 최근 출시한 올 뉴 렉스턴은 2017년 선보인 G4 렉스턴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출시 4년만에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한 점은 렉스턴 16년간의 행보에 비춰볼 때 꽤 발 빠른 대처다.
특히 부분변경 모델인 올 뉴 렉스턴은 디자인 변경을 넘어 다양한 주행 편의 및 안전 시스템 적용과 파워트레인까지 손 봤고,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에 맞춰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기술 적용의 기반을 다졌다는 점을 주목할 만 하다. ‘G4’라는 오글거리는 수식어를 버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올 뉴 렉스턴을 미디어 테스트 드라이브를 통해 만나봤다.
시승차는 올 뉴 렉스턴의 모든 옵션이 추가된 최상위 트림, ‘더 블랙’이다. 더 추가할 수 있는 옵션은 선루프나 3열을 추가하는 정도만 남았을 정도로 쌍용차의 모든 기능이 담긴 모델이다. 트림명에 맞게 색상은 오로지 검은색만 있다.
외관, 특히 전면부 변화는 올 뉴 렉스턴의 가장 극적인 부분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시선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 범퍼 디자인도 전면 임펙트 빔의 형상을 그대로 살려 집어 넣었다. 4개의 LED를 사용하는 헤드램프의 디자인도 새롭게 변경했다. 자동차 이미지를 가장 먼저 전달하는 전면부를 대폭 수정했다는 것은 부분변경 전 ‘G4 렉스턴’ 이미지를 확실히 바꾸겠다는 의지라 볼 수 있겠다.
뒤 펜더 위 캐릭터 라인으로 대표하는 쌍용차의 패밀리룩을 적용한 측면부는 큰 변화가 없다. 18인치와 19인치 휠의 디자인 선택지를 늘린 정도. 후면부는 전면 만큼 극적인 변화는 없고 리어 라이트, 리어 범퍼 및 머플러 팁 등의 디자인 변화를 줘 전 모델 대비 한층 정돈된 모습을 보인다.
국내엔 이제 기아 모하비와 쌍용차 렉스턴만이 뒷바퀴 굴림 방식의 바디 온 프레임 섀시를 쓴다. 통상 이런 구조는 모노코크 방식에 비해 차체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사이드 스텝 편의사양은 꽤 유용하게 쓰일 터.
인테리어는 큰 레이아웃은 이전 모델과 동일하지만 눈에 띄는 스티어링 휠, 기어 노브, 메인디스플레이 패널을 변경해 신선함을 준다. 특히 항공기 조종간을 닮은 전자식 기어 노브 디자인에서 전면 외관 디자인과 함께 최근 자동차 디자인의 트렌디함을 쫓으려는 올 뉴 렉스턴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여러 전자제어 장비가 추가된 탓에 D컷 스티어링 휠 위 버튼의 수도 늘어났고, 기어 노브 주변에도 여러 버튼의 자리도 새롭게 마련했다. 전 모델이 넓은 공간 위에 한정된 버튼을 배치하기 위해 조급했던 모습이라면 올 뉴 렉스턴에 와서 버튼 위치와 레이아웃을 느긋하게 완성한 모습이다. 루프콘솔 부분에도 터치식 조명버튼을 마련하고 뒷좌석 승객 탑승 여부를 알려주는 패널도 추가해 가족 중심의 SUV를 강조한다.
1열과 2열 어디에 앉아도 편의성이 증대했다는 시트의 위치나 모양에서 오는 불편함은 없고 여유로운 레그룸이나 헤드룸 등 공간에 대한 아쉬움도 없다. 시승차 중엔 3열을 갖춘 모델이 없어 3열 시트와 공간에 대해 살펴 볼 수 없었지만, 기본 820L의 적재함 공간으로 짐작할때 평균키의 성인 2명 정도는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겠다. 올 뉴 렉스턴의 적재공간은 최대 1,977L까지 늘어난다. 최신 캠핑 트렌드인 '차박'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법 하다.
일반적으로 부분변경은 디자인을 변경하고, 업그레이드 한 전장비 정도를 추가하는 정도다. 하지만 이번에 시승한 올 뉴 렉스턴은 차체 빼고 거의 모든 부분을 바꿔 세대 변경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올 뉴 렉스턴은 이전과 동일한 배기량인 직렬 4기통 2.2L 디젤엔진을 사용했지만 출력수치를 다듬었다. 최고출력은 기존 모델 대비 15마력 상승한 202마력, 최대토크는 2.0kg·m를 더해 45.0kg·m을 발휘하며 변속기는 7단에서 8단으로 변경했다. 성능 제원만 놓고 보면 2톤이 넘는 SUV에 부족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실용영역(1,600~2,600rpm)에서 최대 토크가 나오는 점, 빠른 속도가 우선시 되지 않는 가족 중심 자동차라는 포지션으로 볼 때 큰 단점은 아니다. 참고로 쌍용차가 제시한 올 뉴 렉스턴의 타겟 구매층은 40대 중반의 가장이다.
올 뉴 렉스턴은 바디온 프레임 구조의 SUV답게 시트 포지션이 높다. 시트 포지션이 높으니 시야각을 꽤 넓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물론 처음에는 차체도 높고 프레임 바디 SUV 특성 때문에 출렁거리는 승차감이 어색하기만 하다. 하지만 금새 적응할 수 있었다.
이전보다 성능상 수치는 다소 올랐지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자체의 성능을 즐기기에 딱 알맞다는 느낌이다. 이번 올 뉴 렉스턴 변속기는 G4 렉스턴의 7단에서 8단으로 기어 단수를 하나 더 추가했다. 또 이전 스텝게이트 방식에서 전자식을 채택했다는 점을 기억할 만 한데, 최신 ADAS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추월가속시에도 부족함 없이 속도를 끌어 올릴 수 있으며 고속 정속 주행시에도 주행감각은 편안한 편이다. 조수석에 배우자, 뒷좌석에 자녀를 태우고 적재함에 캠핑 용품 가득 싣고 떠나기엔 더할 나위 없다. 더욱이 올 뉴 렉스턴은 고속과 저속 가변식 네바퀴 굴림시스템까지 있으니 웬만한 험로는 문제없이 돌파할 수 있다.
쌍용차는 주행시 풍절음, 노면소음 등의 NVH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올 뉴 렉스턴에는 고급 제조사에서나 쓰는 휠 하우스의 직물 소재 흡음재, 방진 고무를 사용한 보디 마운트 등으로 필요 없는 소리와 진동을 잘 걸러낸 느낌이다. 하지만 차고가 높고 전형적인 2박스의 각진 형태로 인한 탓인지 외부 소음, 특히 풍절음 유입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전 모델에 없던 다양한 주행 편의 및 안전 장비를 추가해 ‘요즘차’라면 갖춰야 할 반자율주행도 적용했다. 유압식 스티어링 휠 시스템을 전자식으로 바꿔 자율주행 시스템의 적용을 용이하게 했으며, 티볼리나 코란도에 앞서 적용한 차선이탈방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긴급제동시스템 등을 적용해 보다 똑똑해졌다. 여기에 레져 활동을 위한 트레일러 스웨이 컨트롤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트렌디한 디자인과 다양한 첨단 주행 안전 및 편의 기술을 적용한 올 뉴 렉스턴은 전보다 더 젊어졌다. 주요 타겟층도 40-50대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세대로 낮춰 잡았다고 한다. 또한 G4 렉스턴의 특징이었던 남성적인 굵은 직선 위주의 디자인도 남녀가 모두 호감갈 만한 세련된 디자인으로 순화했다.
이러한 변화로 올 뉴 렉스턴의 초기 예약구매자 비율을 살펴보면 G4 렉스턴 대비 보다 젊은 층, 여성 예약자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 졌다고 한다. 2017년 5월, 신차 출시회에서 야심차게 등장한 G4 렉스턴을 보며 느꼈던 아쉬운 점이 이번 올 뉴 렉스턴을 통해 많이 개선 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쌍용차의 장점 중 하나인 가격 정책까지 맞물린 올 뉴 렉스턴,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