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티록 프레스티지
수입차 대중화를 외치던 폭스바겐이 티록을 출시했다. 이번 역시 출시부터 할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할인에 의존하다 보면 브랜드 가치는 낮아지는 법. 경쟁 모델로 수입 소형 SUV 외에도 현대 투싼을 지목한 이유다.
소형 SUV로 젊은 층 공략
폭스바겐 티록
티록(전장 4,235mm)은 현대차 코나(전장 4,205mm)보다 다소 크고, 투싼(전장 4,630mm)보다는 한참 작은 소형 SUV다. 폭스바겐의 5T 전략 중 4번째 모델로, 티구안 아래 위치한다. 요리조리 움직이기 쉬운 작은 차체, 수입 SUV 치고 낮은 가격 등을 통해 젊은 층을 공략한다. 해외 최초 출시는 2017년인데, 이후 50만 대 가까이 팔렸을 만큼 인기가 상당하다. 이제서야 국내 출시를 한 탓일까, 출시와 동시에 5% 할인 카드를 내세웠다.
폭스바겐 티록
티록은 폭스바겐의 모듈형 플랫폼 MQB를 기반으로 한다. 티구안 뿐 아니라 제타나 파사트 GT, 아테온 등의 세단과도 플랫폼을 공유한다. 차체 크기는 길이x너비x높이가 4,235x1,820x1,575mm, 휠베이스는 2,605mm로 현대 코나와 비슷하다. 수입차로 보면 르노 캡처, 푸조 2008 등과 유사한 크기다.
국내 출시된 경쟁 모델은 위에 언급한 캡처, 2008 외에도 지프 레니게이드,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 미니 컨트리맨 등이 있다. 훨씬 크긴 하지만 현대 투싼과도 가격이 겹친다. 아래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폭스바겐 브랜드 가치로 보자면 투싼과의 비교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디자인은 합격, 옵션 구성은 불합격
폭스바겐 티록 프레스티지
폭스바겐 티록 프레스티지
보닛 좌우엔 긴 선 여러 개로 멋을 냈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크롬 장식으로 한데 묶었다. 6각형 방향지시등은 귀여운 포인트다. 범퍼 아래 은색 스키드 플레이트는 ‘나도 SUV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시승차는 프레스티지 트림으로 18인치 휠에 215/55R18 사이즈 타이어를 신고 있다.
폭스바겐 티록 프레스티지
개성 넘치는 앞과 달리 뒤쪽은 형 티구안과 닮았다. 대신 쿠페형 SUV 마냥 C 필러를 조금 더 눕혔고, 트렁크 해치에 넣은 굵은 가로선 덕분에 차체가 넓어 보인다. 여느 폭스바겐 모델과 마찬가지로 후방카메라는 엠블럼 속에 숨겨놨다. 전동식 해치를 열면 445L의 짐 공간이 나온다. 2열 시트를 접으면 1,290L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동승석 시트까지 접으면 긴 짐을 넣기 안성맞춤이다.
폭스바겐 티록 프레스티지
폭스바겐 티록 프레스티지
루프 라인이 아래로 살짝 굽었지만 뒷좌석 머리 공간은 충분하다. 다리 및 발 공간도 차체 크기 대비 널찍하다. 코나와 비교하면 조금 더 넓은 느낌. 2열까지 이어진 파노라마 선루프 덕에 개방감은 훌륭하다. 크기 조절 가능한 컵홀더는 암레스트에 포함돼 있고, 뒷좌석 송풍구도 있다. 다만, 앞뒤 USB 포트 4개가 전부 C 타입이라 최신 기기 사용자가 아니라면 조금 당황할 수도 있겠다.
폭스바겐 티록 프레스티지
폭스바겐 티록 프레스티지
티구안과 유사한 구성의 앞 좌석은 수동형 시트를 제외하면 만족스럽다. 디지털 계기판은 시인성 좋고, 무선 애플카플레이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과 더불어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너무 익숙한 기어노브 디자인은 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오토홀드, 자동 에어컨은 있고, 스티어링 휠 열선과 통풍 시트는 없다.
들어간 옵션이 꽤 많다. 프레스티지 트림의 가격은 4,032만 원(개소세 인하분). 18인치 휠·타이어, 전동트렁크, 후방카메라가 빠지는 프리미엄과 딱 100만 원 차이다. 구성을 보면 프레스티지가 낫다. 전동시트가 아예 없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후방카메라를 최고 트림에만 넣었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형 닮은 탄탄한 주행감각
폭스바겐 티록 프레스티지
티록에는 직렬 4기통 2.0L 디젤 엔진이 들어간다.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4.7kg.m는 익숙한 수치.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늦은 국내 출시에도 1.4 TSI가 아닌 2.0 TDI만 들여왔다는 점이 아쉽다.
폭스바겐 티록 프레스티지
움직임은 경쾌하다. 형 티구안과 동일한 파워트레인이지만 몸이 작고 가벼워 가속 페달을 밟는 족족 반응한다. 7단 DSG 역시 분주하게 움직이며 적당한 단수를 찾는다. 기어 레버를 오른쪽으로 옮겨 S 모드로 바꾸면, 단수를 낮추고 엔진 회전수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패들 시프트는 없다.
폭스바겐 티록 프레스티지
탄탄한 서스펜션 세팅이지만 위아래 움직임에는 여유가 있다. 그렇다 해도 네바퀴굴림의 부재와 낮은 지상고 때문에 본격적인 오프로드 코스로 진입하긴 어렵다. 대신 온로드에선 물 만난 고기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만큼 앞머리가 돌아간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 움직임이 너무 가볍다. 스포츠 모드에서조차 가볍다. 직진 안정성은 좋은데 조종 안정성이 아쉽다.
고속도로 주행 시 승차감은 매끄럽다. 하지만 큰 요철을 넘자 곧바로 ‘탕탕’ 치는 듯한 불쾌감이 생긴다. B-SUV 보통 수준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분명 승차감이 좋은 차는 아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은 있고 차선 유지 보조나 이탈 경고 등은 없다.
폭스바겐 티록 프레스티지
티록은 탄탄한 주행 느낌의 ‘독일식 기본기’가 충실한 SUV다. 하지만 타깃이 젊은 층인 만큼 후방카메라는 기본 트림부터 넣는 편이 낫지 않을까? 여기에 차선 이탈 경고 정도만 추가하면 좋겠다.
과거 독일차는 ‘비싼 차’, ‘고급스러운 차’로 불렸다. 하지만 이젠 많이 대중화됐다. 국산차와 기술력 차이도 좁혀졌다. 게다다 매번 할인 정책을 꺼내드는 폭스바겐의 브랜드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 판매를 늘리기 위해 국산차와 비교할 만큼의 가격 및 옵션 경쟁력을 갖춰야 할 때다.
<Verdict>
할인에 의존하다 보면 브랜드 가치는 계속 낮아진다. 이젠 국산차와 경쟁하는 시대.
Good
준수한 성능, 높은 공간 활용성.
Bad
다른 건 몰라도 후방카메라를 최상위 트림에?
<Competitor>
르노 캡처 : 수입차지만 서비스는 국산처럼
푸조 2008 : 디자인은 내가 최고
현대 투싼 : 그 돈이면 그냥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