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가 지난 달 10월 말경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소수의 자동차 전문매체들을 대상으로 소형 전기 SUV EX30 글로벌 최초 시승 행사를 개최했다. 본지는 이 시승회에 참가해 볼보 최초의 후륜구동 모델이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쓴 EX30 의 상품성을 살펴봤다.
Verdict
승차감과 가격은 기대에 부응했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GOOD
- 완숙미의 경지에 오른 볼보 디자인
- 멀미 없는 회생제동 시스템
BAD
- 무릎 한번 펴기 힘든 뒷좌석 공간
- 전방 주시를 잘 하도록 스티어링 휠은 깎았으면서 HUD는 없다.
Competitor
- 현대 코나 일렉트릭 : 더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편의 사양, 보조금 100% 지급
볼보 패밀리룩 담은 외모
EX30은 볼보 다운 디자인이다.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T자형 헤드램프와 아이언마크 엠블럼, 후면 루프를 타고 내려오는 C자형 리어램프 등 대표적인 패밀리룩 요소를 심었다. 볼보가 순수 전기차 라인업인 EX90부터 픽셀 헤드램프와 분리형 리어램프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간결하고 깔끔하다.
크기는 길이 4,233mm, 너비 1,837mm, 높이 1,549mm, 휠베이스 2,650mm다. 동급 경쟁 모델인 코나 일렉트릭 보다 작지만 높이가 26mm 더 낮아 훨씬 날렵한 실루엣을 완성했다. 휠은 18인치가 기본. 스페인에서 시승한 모델은 19인치 휠에 타이어는 245/45R19로 덩치에 비해선 꽤 큰 크기다. 국내엔 들어오지 않지만 20인치 휠도 존재한다.
인포테인먼트와 공조 조작부는 센터 디스플레이에 모두 담았다.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에 계기판과 각종 공조 기능을 통합했다. 변속단과 속도, 주행 정보 등은 디스플레이 상단에, 내비게이션 및 사용자 기능은 중앙에, 송풍 및 열선 기능 등은 하단에 있다. 시승차는 구글 기반으로 국내에선 차세대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한다. 터치 할 때는 햅틱 반응과 소리가 같이 나와 알아채기 쉽다.
아쉬운 점도 있다. HUD가 없어 주행 간 차속 동 정보를 보려면 중앙 디스플레이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 전면 주시에 불안감을 주는 요소다. 스티어링 휠 안쪽에는 주행간 운전자 시야를 추적하는 센서가 들어가 있어, 경고 표시까지 확인해야 하는 이중고가 있었다.
반면 중앙 집중화로 인한 장점도 존재했다. 플로팅 타입 센터 콘솔 덕분에 앞좌석 공간 활용성을 더욱 확보한 것. 필요에 따라 컵홀더 개수를 조절할 수 있는 슬라이딩 컵홀더와 디스플레이 아래로 자리를 옮긴 글러브 박스, 그 아래 2단 수납공간 등은 운전자의 동선을 고려했음을 알 수 있었다.
뒷좌석은 예상대로 무릎 공간이 좁았다. 키 160cm 성인 여성이 앉아도 주먹 한 개가 들어가지 않았다. 운전석 시트 아래로 발을 넣어봐도 여유 공간은 없었다. 대신 넓은 등받이와 폭신한 시트는 편안한 느낌을 제공했다. 특히 촉감을 개선한 친환경 소재는 안락함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경쾌하고 부드러운 주행, 회생제동 이질감도 지워
현지 시승차는 국내에 들어올 EX30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였다. 후륜구동 기반이며 파워트레인은 69kWh NCM 배터리와 모터를 결합해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35kg.m를 발휘한다. NCM 배터리는 지리자동차의 자회사인 브렘트(Vremt)에서 생산한다.
주행거리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75km(WLTP 기준)을 달릴 수 있다. 최근 연식변경을 돌아온 2024 C40 리차지 듀얼 모터 트림의 WLTP 기준 주행거리(437km)와 국내 인증 주행거리(407km)로 예상해보면, EX30은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400km 초반으로 예상할 수 있다.
초반 가속은 과하게 엑셀 페달을 밟지 않아도 가뿐했다. 내연기관 기반의 기존 CMA(Compact Modular Architecture) 플랫폼 대신 전기차 전용 SEA (Sustainable Experience Architiecture Platform) 플랫폼을 적용한 덕분이다. EX30의 공차중량은 1,400kg으로 내연기관 기반인 C40 리차지 및 XC40 리차지보다 훨씬 가벼울 뿐만 아니라 코나 일렉트릭 롱레인지와 비교해도 340kg이 더 가볍다.
속도를 올려 바르셀로나의 굽이진 해안 도로를 달려도 흔들림은 찾아볼 수 없었다. 후륜구동 기반의 단단한 하체가 EX30을 지탱했기 때문이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를 적용했다. 뒷바퀴의 멀티링크는 불규칙한 노면에서 좌우가 흔들리는 SUV의 단점을 지웠다. 익숙하지 않은 도로 상황에 예상치 못한 과속방지턱을 넘어도 불쾌한 충격을 걸렀다.
풍절음은 잘 상쇄했다. 이중 접합 차음 유리를 적용하지 않았지만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리가 적었다.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은 적당했다. 너무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정도. 시내 주행을 염두에 둔 만큼 가벼운 편에 속한다. 덕분에 바르셀로나의 좁은 도로 및 주차 구역에서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돌리기 편안했다.
회생제동은 이질감을 완전히 없앴다. 회생제동 강도가 너무 강할 경우 동승자의 멀미를 유발할 수 있는데, EX30은 강도를 적절히 세팅해 몸이 앞으로 쏠리는 현상을 동반하지 않는다. 덕분에 시내 주행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기 더욱 편리해졌다.
반자율주행은 지금까지의 볼보 차들과 마찬가지로 준수한 실력을 선보였다. EX90에 탑재한 라이다는 EX30에 들어가지 않는다. EX30 라이다 센서 적용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볼보 세이프티 센터 시니어 테크니컬 리더 로타 야콥슨(Lotta Jakobsson)은 “EX30은 라이다를 포함하지 않는다. 대신 EX30에는 레이더, 카메라, 초음파를 포함한 최첨단 센서가 제공되기 때문에 능동 안전 및 운전자 지원 기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답했다.
보조금 지원 시 4천만원 초중반 가격, 경쟁력 있을까?
볼보 EX30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는 국내에서 코어(Core)와 울트라(Ultra) 트림으로 운영한다. 가격은 코어 4,945만 원, 울트라 5,516만 원(세제혜택 후)이다. 두 트림 모두 국내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인 5,700만 원을 충족한다. 해외 시장과 비교하면 독일 6,570만 원, 영국 6,810만 원, 스웨덴 6,750만 원으로 국내 모델이 최대 1,234만 원 더 저렴하다.
국내 경쟁 모델로는 코나 일렉트릭 롱레인지가 있다. 코나 일렉트릭 롱레인지는 64.8kWh 배터리와 싱글 모터를 조합해 최고출력 201마력, 최대토크 26kg.m를 발휘한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최대 417km다. 트림은 프리미엄(Premium)과 인스퍼레이션(Inspiration) 두 가지로 운영하며, 가격은 프리미엄 4,752만 원, 인스퍼레이션 5,092만 원이다. 풀옵션 가격은 5,404만 원이다.
코나 일렉트릭은 EX30보다 더 저렴한 가격과 국내 소비자 선호 편의 사양인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통풍 시트, 2열 송풍구 등을 갖췄다. 뒷좌석 시트는 2단계 리클라이닝 기능까지 적용했다.
그러나 볼보 EX30이 수입차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시선은 달라진다. EX30의 보조금 100% 수령을 가정했을 때, EX30의 실제 구매가는 코어 트림 기준 4천만 원 중반으로 낮아진다. 서울이 아닌 지차제 보조금을 지급받는다면 4천만 원 초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
따라서 호불호 없는 디자인과 차세대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하만카돈 사운드, 파크 파일럿 어시스트 및 360도 카메라, 무선 업데이트(OTA) 서비스, 400km 대 주행거리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EX30의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