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dict>
도심 주행에 걸맞는 예쁜 모델을 원한다면 추천
Good
- '저승사자'도 울고 갈 진정한 '사자'상 디자인
-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핸들링
Bad
- 3기통 엔진의 한계, 배기음
- 볼보 XC40은 4,620만 원. 너의 가격은? 4,690만 원!
<Competitors>
- 볼보 XC40 : 아우디까지 제친 볼보…뉴 408이 넘어설 수 있을까?
이번엔 가솔린이다. 푸조가 디젤 엔진을 얹은 308에서 각성을 했는지, 드디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뉴 408을 출시했다. 푸조 브랜드 데이 행사에 참석한 CEO 린다 잭슨은 한국이 글로벌 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국 고객들의 반응이 곧 글로벌 시장에서의 반응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연 뉴 408이 국내 고객들 마음을 공략할 수 있을지 시승해봤다.
매력적인 디자인은 인정!
푸조의 디자인은 지난 뉴 308부터 확실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푸조 408이 명확한 증거다. 특히 고양이과 동물을 떠올리게 했던 기존 ‘펠린룩’은 확신의 '사자상’으로 변했다. 사자머리를 새긴 방패형 엠블럼 덕도 있다. 사자 송곳니 모양 주간주행등과 날카로운 눈매, 차체 색상과 동일한 컬러의 그릴 디자인 등 뉴 408의 디자인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옆모습은 길고 낮은 차체를 갖췄다. C필러 디자인은 기다란 새 꽁지처럼 트렁크 리드까지 쭉 연결했다. 후면에는 플라스틱 범퍼를 적용했다. 플라스틱 범퍼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정비 편의성이 뛰어나다. 앞뒤 범퍼 사고가 일상인 프랑스 주차 문화를 떠올리면 이해할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536L. 뒷좌석을 접으면 1,611L까지 늘어난다. 2열 시트를 접었을 때 완전히 평평하지 않다. 높이 단차는 손바닥 한 뼘 정도. 골프백을 세로로 밀어 넣을 땐 시트에 걸릴 수 있다.
실내 디자인은 푸조 308과 동일하다. 위아래로 잘린 D컷 스티어링 휠과 10인치 중앙 터치스크린,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i-토글 디스플레이(GT 트림 전용), 전자식 변속기 등을 적용했다. 그러나 열선 시트를 터치 스크린에서 한 번 더 조작해야 한다는 것과 터치 스크린에 지문이 잘 남는다는 것, 시트에서 등허리를 떼 비상등 버튼을 조작해야 한다는 것은 단점이다.
국내 고객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선 기본 사양이 중요하다. 시승차는 GT 트림으로, 얼루어(Allure)의 기본 사양인 스티어링 휠 열선, 앞좌석 열선, 무선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 무선 충전 시스템에 더해 선루프와 핸즈프리 전동식 트렁크를 적용했다. 무더운 여름을 앞두고 통풍 시트가 없어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지난 푸조 브랜드 데이 인터뷰에서 스텔란티스 CEO 제이크 아우만이 통풍 시트 부재에 대해 ‘한국 시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도입 가능성을 기대해볼 만하다.
뒷좌석은 뉴 308보다 조금 여유롭다. 머리 공간은 높이가 1,485mm로 동급 모델 대비 가장 낮아 주먹이 한 개 반 들어갔다. 반면 레그룸은 188mm로 주먹을 세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넓다. 이외에도 개별 송풍구와 C타입 USB 포트 2개를 활용할 수 있다.
1.2L 가솔린은 달랐을까? 정숙성은 글쎄…
뉴 408에 들어간 엔진은 3기통 1.2L 퓨어테크 엔진이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23.5kg.m를 발휘한다. 1.2리터 퓨어테크는 다운사이징 엔진으로 배기량이 1,199cc로 낮지만 터보차저를 달아 출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일상 주행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엔진회전영역인 1,500-2,500rpm 구간에서 가속이 충분했다.
프랑스 차들은 울퉁불퉁하고 좁은 길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대게 핸들링이 민첩하고 하체 세팅이 탄탄하다. 여느 푸조 모델과 마찬가지로 뉴 408도 이런 특징을 잘 녹였다.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굽이진 길을 돌면 앞머리가 재빨리 코너 안쪽으로 방향을 튼다. 덕분에 곡선 주행이 한결 수월했다. 스티어링 휠 감각은 가벼운 편이다. 회전 교차로를 돌아 나가거나 유턴, 후진 주차 등의 상황에서 크게 힘이 들지 않았다.
차체 흔들림도 거의 느끼지 못했다. 탄탄한 서스펜션과 낮은 무게 중심의 EMP2 플랫폼이 합을 이뤘기 때문이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 빔을 적용했다. 요철과 높은 과속 방지턱에서 충격을 잘 걸렀고,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올라타도 둔탁하게 ‘쿵’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도심 주행에 집중한 만큼 안정적이고 편안한 승차감을 보여줬다.
타이어는 미쉐린 e-프라이머시 205/55 R19인치 휠을 신었다. 이 타이어는 스텔란티스 DS4 등 다른 모델에도 들어갈 만큼 범용성이 높다. 전기차용 타이어지만 크로스오버 모델인 뉴 408과 조합이 나쁘지 않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부드럽게 속도가 줄었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총 3가지다. 조작 버튼을 위, 아래로 누르면 테마가 변한다. 다만 바른 자세로 앉았을 때 계기판이 스티어링 휠에 가려져 아쉽다. 모드간 주행 느낌 차이는 거의 없다. 도심 주행에선 어떤 모드든 충분했다.
그러나 고속 영역에서 가속은 더뎠다.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최대 토크를 발휘할 수 있도록 세팅한 탓이다. 어느정도 힘이 붙으면 다시 부드러운 주행을 이어갔지만, 추월 가속 상황에선 약간의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속도를 높이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배기음만 들이칠 뿐이었다.
그래서 뉴 408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뉴 408을 주행해본 결과 디자인만 내세운 건 아니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푸조 특유의 핸들링 감각을 유지했고, 다이내믹하면서도 안정적인 승차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다만 4천만원 대 중형 SUV 모델이 포진하고 있는 수입차 시장에서 뉴 408이 특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는 말할 수 없다.
경쟁 모델인 볼보 XC40과 비교하면 더욱 명확하다.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 XC40의 기본 트림으로 살펴봤다. 가격은 4,620만 원이다. 성능은 2.0L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30.6kg.m를 발휘한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뒤 멀티링크 방식을 채택해 승차감에 집중했다. 편의 사양도 더 알차다.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내장한 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와 운전석 메모리 시트, 뒷좌석 열선 시트, 전동식 파노라믹 루프 등을 기본 적용했다. 안전 사양은 사각지대 경보 및 조향 어시스트, 후측방 경보 및 긴급제동 서포트, 파일럿 어시스트, 파크 어시스트(전/측/후방), 360도 카메라 등을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볼보 XC40이 뉴 408 보다 가격, 성능, 편의 사양, 안전 사양 등에서 앞섰다. 따라서 국내 소비자들이 푸조 408 구매를 위해 지갑을 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