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만 원대 전기차 중 구성이 가장 좋다. 고출력 전기모터와 다양한 주행, 안전, 편의 옵션, 여기에 승차감도 좋다. 근데 언제까지 이 가격 구성으로 살 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신이 없다. 조만간 가격 및 옵션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Verdict>
6천만 원대 전기차 치곤 좋은 구성 하지만 형편없이 낮은 전비
Good
- 풀-옵션 구성 대비 저렴한 가격
- 준수한 승차감 및 NVH 대책
Bad
- 완충해도 고작 356km.......
- 프리미엄 메이커로선 편의장비가 부족하다
<Competitor>
- 제네시스 GV60 :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구성도 더 화려하다. 대신 가격은 1,000만 원 비싸다.
- 메르세데스-벤츠 EQA : GLA의 전기차 버전. 대신 전륜구동에 주행거리 짧고 출력도 약하다.
- 현대 아이오닉 5, 기아 EV6 : 조금 느리지만 공간 넓고 멀리 가고 옵션도 풍부하다. 전기차 보조금도 100% 받는다.
브랜드 최초 쿠페형 SUV
100년 가까운 볼보 역사상 첫 번째 쿠페형 SUV다. 외모는 XC40을 빼닮았다. 둥근 보닛 라인은 좌우 측에 에지를 줘 심심하지 않게 꾸몄다. LED 헤드램프에는 볼보 특유의 ’T’자형 주간주행등이 들어갔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전기차답게 막혀있다.
옆쪽은 매끈한 쿠페형 라인이 돋보인다. 특히, 위쪽으로 치켜올라간 C 필러 윈도우 라인과 완만하게 떨어지는 루프가 만나는 부분은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육상 선수 같기도 하다. A, B, C 필러, 루프, 사이드미러는 모두 검게 칠해 스포티함을 더했다. 휠은 20인치 단일 사양이다. 앞뒤 전기모터 출력이 같음에도 각각 235mm, 255mm 너비 타이어를 끼운 점은 조금 특이하다.
뒷모습도 XC40의 특징을 이어받아 이질감이 없다. 테일램프는 점선 그래픽을 추가했고, 방향지시등은 흐르듯 움직여 고급감을 더한다. C40 리차지에는 리어 와이퍼가 없는데, 실제 비 오는 환경에서 테스트한결과를 보면 물방울이 거의 맺히지 않는다. 두 개의 스포일러가 뒷유리에 와류가 생기지 않도록 돕기 때문. 트렁크 용량은 489~1,205L로 XC40보다 다소 적다. 보닛 아래에는 31L 부피의 작은 프렁크도 존재한다.
실내는 XC40과 더욱 흡사한 모습이다. 대신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친환경차인 만큼 C40 리차지에는 가죽을 전혀 넣지 않았다. 대신 직물과 목재를 활용했다. 아쉬운 점은 도어트림이나 센터패시아 등에 사용한파란색 소재다. 부직포 같은 느낌인데 내구성이 괜찮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손이 자주 닿는 부분에는 내구성 높은 소재가 쓰이길 바란다.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에는 전기차 전용 메뉴들을 추가했다. 시동 버튼 구멍은 플라스틱 커버로 막았는데, 조금 더 깔끔하게 마감 처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뒷좌석 공간은 차의 크기를 생각하면 괜찮은 수준이다. 폴스타 2와 비교하면 한결 넓다. 머리 공간은 다소 좁은데 쿠페형 모델임을 감안하면 납득 가능한 정도다. 커다란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는 높은 개방감을 선사한다. 따로 햇빛 가리개는 없는 타입이다.
풀-옵션에 가까운 구성, 공격적인 가격 정책
C40 리차지의 옵션 구성은 소위 ‘풀-옵션’이라고 부를 만큼 풍부하다.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통풍 시트와 HUD 등을 빼면,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없을 정도. 우선 파워트레인은 듀얼 모터 사양으로 최고출력 408마력을 낸다. 네바퀴굴림 모델이 기본인 셈. 여기에 볼보의 안전 및 주행 보조 기술도 총망라되어 있다. 중앙 터치스크린에는 전기차 전용 옵션이 들어간 티맵 내비게이션을 넣었는데, 계기판과 연동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고급 오디오 시스템인 하만카돈 역시 들어간다. 볼보 구매 고객의 95%는 최상위 트림 인스크립션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C40 리차지의 옵션 구성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세제혜택을 적용한 C40 리차지의 가격은 6,391만 원이다. 5,500만 원을 넘기에 전기차 구매 보조금의 절반만 받을 수 있다. 국고 보조금은 264만 원이다. 지자체 보조금은 서울시 약 75만 원, 경기도는 약 113~188만 원 수준이다. 결국, C40 리차지의 실구매가는 서울 6,052만 원, 5,939~6,014만 원쯤이 된다.
폴스타 2, GV60, EQA 등과 비교하면?
폴스타 2는 C40 리차지와 자주 비교하는 모델 중 하나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며, 부품이나 옵션 사양도볼보와 공유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폴스타 2는 구매 보조금을 100% 받기 위해 기본 가격을 5,500만 원 이하로 세팅했다. 반대로 C40 리차지는 비싸더라도 옵션을 가득 넣었다. 지향점 자체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생산지도 C40 리차지는 벨기에, 폴스타 2는 중국이다.
차체 크기를 살펴보면, C40 리차지는 길이 x 너비 x 높이가 4,440 x 1,875 x 1,595mm, 휠베이스는 2,702mm다. 폴스타 2는 C40 리차지보다 165mm 길고, 115mm 낮다. 휠베이스는 33mm 길다. 수치만 놓고 보면 폴스타 2의 실내가 여유로워 보이는데, 실제 실내 거주성은 C40 리차지가 한결 낫다.
차체 형상도 차이 난다. C40 리차지는 크로스오버 형태고, 폴스타 2는 키가 조금 큰 세단이다. 최저지상고도 각각 178mm, 150mm로 3cm 가까이 차이 난다. 참고로 XC40 리차지는 이보다 조금 더 높아 완전한 SUV 형태다. C40 리차지를 국산차와 비교하면, 르노코리아 XM3와 유사한 차체 비율을 가졌다.
직접적인 경쟁 모델은 제네시스 GV60, 메르세데스-벤츠 EQA 등이다. GV60와 크기가 비슷한데, 휠베이스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GV60이 무려 20cm 가량 길다. 듀얼 모터 사양의 GV60 퍼포먼스 트림은 7,4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몇몇 추가 옵션을 더하면 8천만 원을 넘어간다. 대신 출력 및 전비가 높고, e-LSD, 통풍 시트 등의 옵션도 들어가기에 꼭 비싸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래도 구입 가격 자체가 많이 차이 나는 건 사실이다.
EQA는 5,990~5,790만 원의 가격표를 갖고 있다. 하위 트림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보조금을 전부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절반밖에 받지 못하며 경쟁력을 잃었다. 게다가 앞바퀴굴림 싱글 모터 사양밖에 선택할 수 없고, 옵션 구성도 C40 리차지 대비 부족하다. 주행거리도 303km로 356km인 C40 리차지보다 짧다. 이 밖에 주행거리 긴 테슬라 모델 3나 모델 Y도 경쟁자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옵션 구성이 단조롭고 가격도 1,000만 원 이상 비싸다.
사실 가격만 놓고 보면 현대 아이오닉 5와 기아 EV6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비교적 낮은 출력만 제외하면 크고 넓은 공간, 수많은 옵션, 높은 전비 등 우위에 서는 부분이 많다. 승차감이나 정숙성 등도 나쁘지 않다. 게다가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어 가격 경쟁력도 충분하다. 가장 큰 약점은 1년 이상의 긴 출고 대기 기간이다.
매끄럽고 젊은 주행 감각, NVH 수준도 준수
최근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탑재한 모델들이 쏟아지고 있다. C40 리차지는 기존 CMA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기에, 승차감이나 주행성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다. 구조 특성이 다른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같은 뼈대 안에서 개발하다 보면 아무래도 한계가 명확할 터. 하지만 직접 주행해 보니 C40 리차지의 주행감은 수준급이었다.
C40 리차지의 차체 바닥에는 500kg 넘는 대용량 배터리가 깔려있다. 단순히 무게중심을 낮춰 안정적일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전기차의 경우 서스펜션 세팅을 잘 못하면, 충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어 불안정하게 출렁거리기 십상이다. C40 리차지는 충격을 한 번 전달하고 여진을 남기지 않는 점이 좋다. 고속 주행 중 큰 요철을 만나도 불안감이 적다. 핸들링은 XC40과 유사한데, 뜻대로 움직이되 아주 날카롭진 않다. 앞뒤 52:48 무게 배분은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NVH 대책도 준수하다. 전기차는 구조상 엔진룸 쪽 소음 및 진동이 내연기관 대비 훨씬 적다. 하지만 고속 구간에 들어서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NVH 수준을 보이곤 한다. C40 리차지는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나 풍절음 등을 어느 정도 잘 잡아냈다. 특히 커다란 20인치 휠을 품었음에도 휠과 타이어에서 들리는 소음이 크지 않다. 앞 좌석 창문에 이중 접합 차음 유리가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준수한 풍절음을 보여준다.
주행 간 가장 아쉬웠던 건 낮은 전비와 짧은 주행거리다. C40 리차지의 전비는 복합 4.1km/kWh,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복합 356km다. 배터리 용량은 78kWh로 결코 적지 않다. 참고로 훨씬 큰 차체의 GV70 전동화 모델은 77.4kWh 배터리로 400km를 인증받았다. 전비도 복합 4.6km/kWh로 C40 리차지보다 높다.(19인치 기준) GV60은 451km를 가는 뒷바퀴굴림 모델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런 선택지가 있다면 더 좋았을 듯하다. 최근 볼보가 앞바퀴굴림 사양의 C40 리차지 싱글 모터를 글로벌에서 공개했는데, 국내 출시와 관련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다고 한다.
이 구성과 가격 지킬 수 있을까?
이번에 만난 C40 리차지는 가격 대비 훌륭한 구성을 갖추고 있었다. 다양한 안전 및 편의 옵션, 차체 크기 대비 준수한 실내 공간도 만족스러웠다. 특히, 승차감이나 NVH 대책에 신경 썼다는 점에서 고급차로 평가받기 충분했다. 하지만 낮은 전비와 1회 충전 주행거리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입소문 탓인지 C40 리차지의 올해 물량은 이미 마감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 물량도 위태로운 수준이라고 한다. 인기가 지속되면 스웨덴 본사에 추가 물량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보겠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볼보코리아는 C40 리차지를 미국이나 독일 등보다 훨씬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현재 구성과 가격을 지킬수 있다면, C40 리차지의 인기는 오랜 시간 식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