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과 레이스 팬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군 BMW의 전설, M3 GTR E46. 지난 2001년에 등장해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BMW M3의 명성을 이어간 전설
M3 GTR E46이 전설로 추앙받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대표적인 이유는 3세대 M3(E46)를 기반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역대 모든 M3는 최고의 스포츠카로 평가 받을 만큼 훌륭하다. 그 중에서도 3세대 M3는 오늘날의 M3 명성을 완성한 버전으로 그 가치르르 더욱 높게 인정 받고 있다.
결정적 이유는 1세대 M3의 순수한 레이스 정신과 스포츠카로서 완성도르르 끌어올린 2세대 M3의 장점이 모두 합쳐져있기 때문이다. 즉 3세대 M3가 서킷과 일반도로 모든 곳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3세대 M3는 길이 4.5m가 안되는 콤팩트하고 가벼운 차체에 뒷바퀴굴림 방식을 조합해 역대급 밸런스와 코너링 성능을 자랑했다. 엔진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실키식스의 정점을 찍었던 직렬 6기통 3.2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것이다. 이 엔진은 최고 회전수가 8,000rpm에 달했고 리터당 100마력을 가볍게 넘는 343마력의 최고출력을 자랑했다. 게다가 변속기는 레이스카에서 가져온 6단 SMG-ll까지 더했다.
덕분에 3세대 M3는 별다른 튜닝을 거치지 않은 채 서킷 주행을 해도 레이스카 못지 않은 성능을 뽐냈다. 여기에 차체에 무게를 덜어내고 더욱 강력하게 튜닝한 엔진을 더한 M3 CSL은 당시 기술력의 정점을 보여줬다.
역대 최고의 M3를 기반으로 탄생한 레이스카 M3 GTR E46
BMW는 3세대 M3를 세상에 공개한 뒤 ALMS(American Le Mans Series)의 GT 카테고리에 참전할 레이스카 개발에 착수했다. 3세대 M3 개발 과정에서 스포츠카를 뛰어 넘는 레이스카로서의 잠재력을 발견한 것이다.
서킷 위에서 경쟁은 일반도로와 차원이 다른 영역이다. 따라서 양산형 M3 그대로 레이스에 출전할 순 없었다. 특히 엔진이 그렇다. 2000년대 초 ALMS GT 카테고리는 고출력 엔진의 격전지였다. BMW가 자랑하는 실키식스만으로 레이스 무대를 지배하기엔 부족함이 따를 수 밖에 없던 배경이다. 때문에 V형 8기통 엔진을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M3 GTR E46에 탑재한 V형 8기통 엔진은 자연흡기 방식에 배기량 3,997cc였다. 레이스카를 위해 개발한 BMW V8 엔진은 매서운 성능을 발휘했다. 모든 부품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4개의 오버헤드 캠샤프트와 체인 드라이브, 기계식 밸브 리프터를 더해 무려 460마력에 달하는 출력을 뿜어냈다. 더 강력한 엔진을 얹은 M3 GTR E46은 훨훨 날았다. 또한 더 강력한 성능에 맞춰 확장시킨 펜더와 거대한 리어 윙으로 최신 공기역학 기술까지 더해 최적의 성능을 끌어냈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에 M3 GTR E46은 데뷔 시즌에 ALMS GT 클래스 10개 레이스 중 7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비단 한가지 타이틀이 아닌 드라이버 타이틀, 컨스트럭터 타이틀, 팀 챔피언십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걸 살피면 그 위용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오직 10대만 제작되었던 일반도로용 M3 GTR E46
맹위를 떨친 M3 GTR E46은 주변의 시샘을 샀다. 경쟁 팀들은 레이스카에 탐재한 V형 7기통 엔진이 양산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흠잡기 시작했다. 때문에 BMW는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 10대의 일반도로용 M3 GTR E46을 제작했다. 모두 같은 구성이었지만 엔진 출력만 350마력으로 디튠한 상태였다.
출력은 낮았으나 일반도로 버전의 M3 GTR E46의 잠재력은 대단했다. 최고 시속은 300km를 가볍게 넘어섰다. 레이스카와 다를 바 없는 예리하고 정확한 핸들링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이 차는 모두를 위한 차는 아니었다. 제작한 10대 중 실제 구매자에게 판매가 이뤄진 경우는 불과 3대 뿐이었다. 애초에 팔기 위한 차가 아니었던 탓이다.
2001 시즌 ALMS GT 클래스를 완벽히 지배했던 BMW는 M3 GTR E46과 함께 2002 시즌 참전도 준비했다. 그러나 주최측은 규정을 바꿔 지난 챔피언을 압박했다. 10대 뿐이었던 기존 일반도로용 버전 판매 규정을 100대로 상향 조정한 게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BMW는 포기하지 않았다. 무대를 유럽으로 옮겨 2004, 2005 시즌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참가한 것이다. 그리고 두 대회에서 모두 우승함으로써 M3 GTR E46의 성공 이야기를 계속 써내려갈 수 있었다.
이렇게 2000년대 초 레이스 무대를 강렬하게 지배한 M3 GTR E46의 기술과 열정은 오늘날 최신 BMW M에도 전해진다. 이름을 공유하는 신형 M3와 쿠페 버전의 M4에서 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아울러 너무 커진 둘과 대비해 과거의 순수성을 담은 M2의 출현도 맥락을 함께한다. 이제는 '실키 식스' 엔진만으로 충분한 출력을 낼 수 있기에 V형 8기통 엔진은 얹지 않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더욱 견고한 순수성을 겸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