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를 대표하는 스포츠 세단 파나메라가 등장한지 어느덧 15년째다. 2009년 파나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세상은 2도어 스포츠카만을 수십 년 동안 생산하던 포르쉐가 4도어 패스트백 스타일의 세단을 내놨다는 사실에 놀랐다. 파나메라는 포르쉐 DNA를 세단이라는 틀 안에 완벽히 녹여낸 모델로 주목받았고, 이후 세대를 거듭하며 포르쉐 라인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파나메라의 히스토리, 그 시작은 어땠을까.
파나메라 이전의 포르쉐 4도어 스포츠 세단
파나메라가 등장하기 훨씬 전, 다른 모델이 포르쉐 최초의 스포츠 세단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갈 뻔 했다. 바로 1988년 공개된 989라는 모델이다. 989는 양산차가 아닌 콘셉트카였으나 양산 직전까지 개발이 진행됐다. 1980년대, 에포르쉐 928은 소위 대박을 치고 있었다. 이에 포르쉐는 928 기반의 4도어 럭셔리 GT카를 기획했는데, 그렇게 탄생한 모델이 바로 989였다.
989는 여러 면에서 파나메라와 유사하다. 물론 수십 년의 시간 차이가 있는 만큼 디자인 자체는 다르다. 그러나 당시 포르쉐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4도어 세단에 완벽히 녹여냈다는 점만큼은 동일하다. 유려한 외관, 고급스럽고 넓은 실내, 300마력을 웃도는 V8 엔진까지. 989는 당장 양산해도 손색 없는 완성도를 보여줬다. 그러나 역사가 말해주듯 989는 끝내 도로를 달리지 못했다. 당시 포르쉐의 수장이자 순수 스포츠카 마니아였던 페리 포르쉐가 4도어 포르쉐를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침내 등장한 포르쉐의 첫 번째 스포츠 세단
989는 결국 양산되지 못했지만, 최초의 스포츠 세단 개발을 향한 포르쉐의 의지는 결코 꺾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2009년 봄, 포르쉐 역사상 최초의 스포츠 세단이 '파나메라'라는 이름을 갖고 등장했다.
1세대 파나메라는 여러 부분에서 911의 세단 버전이라 부르기에 충분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997 버전의 911을 세단 형태로 빚어놓는 모습이었다. 통상적인 세단은 차체 앞부분에 엔진이 탑재되기 때문에 보닛이 불룩하지만, 파나메라는 911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이어가기 위해 보닛이 낮았다.
뒷부분도 독특했다. 파나메라는 일반적인 세단이 아닌 패스트백 세단으로 분류된다. 트렁크가 뒷유리까지 함께 열리는 방식이다. 이 또한 루프에서 테일라이트까지 완만한 경사를 유지하는 911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따르기 위한 디자인 때문이었다. 헤드라이트와 테일라이트 같은 디테일한 요소를 공유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미 두 세대에 걸쳐 카이엔을 만들며 쌓은 포르쉐의 고급차 만들기 노하우가 파나메라에 아낌없이 투입됐다. 예컨대 5개의 원이 겹쳐진 계기판, 스티어링 휠 좌측에 자리한 시동 스위치 등이 있다. 그 결과, 파나메라는 스포티한 감성과 럭셔리, 첨단 기술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줬다.
주행 성능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포르쉐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만큼 강력했고 빨랐다. 엔진은 다양했다. 그중 압권은 V8 4.8L 트윈터보 엔진을 사용하는 파나메라 터보 S였다. 최고출력이 570마력에 달했고 최고 시속은 309km에 달했다. 여기에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 포르쉐 토크 벡터링 플러스(PTV Plus) 등을 더해 코너링 성능과 운전 재미까지 모두 만족시켰다.
첨단 기술로 완성도를 높인 2세대 파나메라
2016년 여름, 2세대 파나메라가 공개됐다. 가장 먼저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1세대의 디자인 틀을 유지하면서 더욱 날렵해진 것. 동시에 991.2 버전의 파나메라와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며, 포르쉐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도 변함없이 유지했다.
눈매는 더욱 날카로워졌으며, 911처럼 테일라이트를 얇게 처리해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도 풍겼다. 패스트백 스타일을 유지한 실루엣은 더욱 911에 가까워졌다. 인상적인 점은 전반적인 차체 크기, 특히 전고가 높아졌음에도 실루엣은 더욱 날렵해진 점이다.
실내는 기존 레이아웃을 유지하면서 첨단 기술을 받아들였다. 그에 따라 계기판에서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졌고, 중앙 터치스크린의 면적 또한 넓어졌다. 결정적으로 기어 레버 주변을 빼곡히 채우고 있던 물리 버튼이 대거 사라지고 터치 패널이 더해지면서 실내가 전반적으로 깔끔해졌다.
파워트레인은 엔진 배기량을 줄이면서 힘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그에 따라 파나메라 터보 S의 V8 엔진은 배기량이 4.0L로 줄었다. 그러나 힘은 630마력으로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 또 다른 특징은 터보 S에 추가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파나메라 터보 S E-하이브리드였다. 571마력짜리 V8 4.0L 트윈터보 엔진과 136마력짜리 전기모터를 조합한 파나메라 터보 S E-하이브리드의 시스템 총출력은 무려 700마력에 달했고, 최대토크는 88.72kg.m에 이르렀습니다. 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3.2초에 불과했고 최고 시속은 무려 315km였다.
이 외에도 2세대 파나메라의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은 PDCC 스포츠로 진화했고, 리어 액슬 스티어링인 파워 스티어링 플러스, 더욱 강해진 포르쉐 세라믹 콤포지트 브레이크(PCCB) 등을 더했다. 그 결과, 2020년 파나메라 터보는 독일 뉘르부그크링 노르트슐라이페 서킷을 7분 29.81초만에 달리며 이그제큐티브 카 부문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또 한번의 혁신을 꿈꾸는 3세대
이제 파나메라는 또 다른 시대를 향해 나아간다. 3세대 파나메라의 등장이 임박한 것이다. 현재 3세대 파나메라는 주요 개발을 마친 뒤, 전 세계를 돌며 막바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포르쉐가 4개 대륙을 돌며 진행 중인 테스트의 핵심은 파워트레인과 섀시 완성도의 확인이다. 3세대 파나메라에는 기존보다 더욱 다양해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탑재될 예정인데, 이 모델들의 내구성과 효율, 성능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승차감과 전반적인 성능 향상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에어 서스펜션의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2밸브 쇽업쇼버가 적용된 세미 액티브 섀시를 기본으로, 압축과 신장을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 더해질 예정이다.
3세대 포르쉐는 오는 11월 24일 두바이에서 열리는 '아이콘 오브 포르쉐 페스티벌(Icons of Porsche Festival)'에서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