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램프는 자동차에서 가장 필요한 장비 중 하나다. 자동차가 어둠을 뚫고 안전하게 주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포르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물론, 포르쉐의 헤드램프는 평범하지 않다. 포르쉐에 탑재된 여러 기능과 장비가 그랬던 것처럼 헤드램프 또한 비범한 모습을 보여주며 발전해왔다. 그렇다면 포르쉐 헤드램프는 그동안 어떻게 발전해왔을까요?
내 차의 위치를 알리는 백열등
19세기, 최초의 자동차가 개발됐을 때의 헤드램프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초기에는 가스등이 주로 쓰였고 이후 20세기 초에는 백열등을 사용했다. 최초의 포르쉐가 등장한 1948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에 따라 356 ‘No. 1’ 로드스터를 비롯해 356 같이 초기 포르쉐의 헤드램프는 백열등을 사용했다.
백열등은 전구 내부의 필라멘트를 가열해 빛을 내는 조명 장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헤드램프로서 백열등의 기능은 훌륭하지 못했다. 빛이 들어오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고 에너지 효율도 낮았다. 무엇보다 밝기가 낮아 밤길을 환하게 비추기에는 부족했다. 대신 초기 헤드램프의 백열등은 자동차의 위치를 주변에 알리는 용도로 활용됐다.
본격적인 헤드램프의 등장, 할로겐 램프
자동차 헤드램프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할로겐 램프의 발명부터다. 할로겐은 백열등 대비 수명이 길고 색온도가 높아 밤 길을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의 전방을 비추는 데 적합했다. 기존 백열등 대비 에너지 효율과 안정성이 뛰어났고 가격까지 저렴해 수십 년 이상 자동차 헤드램프의 중심을 이뤘다.
이 같은 헤드램프 기술을 포르쉐가 간과했을 리 없다. 덕분에 우리가 아는 1960년대 이후 등장한 모든 포르쉐의 헤드램프에는 할로겐 램프가 빠짐없이 적용됐다. 대표적인 모델이 초기 911이다. 동그란 헤드램프를 꽉 채우는 할로겐 램프는 당시 포르쉐의 디자인을 대변했다. 물론 924처럼 팝업식 헤드램프를 적용한 모델에도 할로겐 램프는 어김없이 적용됐다.
포르쉐 헤드램프의 본격적인 기술 발전, 제논램프
1980년대까지 자동차 헤드램프가 약간 노란빛을 띄었던 것과 달리 1990년대부터는 푸른 빛을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제논램프의 등장 덕분이다. 그 결과, 1993년 등장한 993 버전의 911부터 제논램프를 적용했다. 제논램프는 여러모로 혁신적이었다. 제논 가스가 가득 채워진 전구 내부에 필라멘트 대신 고전압 전류를 흘려 아크 방전이 일어나는 원리로 빛을 냈다.
원리는 복잡하지만, 제논램프의 결과는 분명했다. 할로겐램프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밝았고 수명도 길었다. 이전보다 먼 거리를 환하게 비출 수 있다는 점에서 밤에도 빠르게 달릴 일이 많은 포르쉐에 아주 적합한 헤드램프 기술이었다. 그 결과, 한동안 포르쉐 헤드램프에는 푸른 빛을 띄는 제논램프가 주류를 이뤘다.
포르쉐 이름이 들어간 최초의 헤드램프, PDLS
이후 포르쉐 헤드램프는 2010년대 혁신적인 진화를 맞이했다. 포르쉐 헤드램프에 포르쉐라는 이름이 최초로 들어간 PDLS(Porsche Dynamic Light System)이 등장한 것. PDLS의 특징은 주행 상황에 따라 헤드램프의 조사각을 능동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코너에서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그 각도에 맞춰 PDLS의 조사각도 바뀐다.
PDLS의 구현에는 LED라는 혁신적인 광원이 반드시 필요했다. 손톱 만한 작은 크기로 기존 램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밝고 빛의 직진성이 뛰어난 것이 LED의 장점이다. 또한 반응 속도도 빠르고 에너지 효율성까지 뛰어나다.
보다 능동적으로 어둠을 밝히는 헤드램프, PDLS Plus
이후 포르쉐 헤드램프는 LED 기술을 적극 활용해 또 한 번 진화한다. 바로 PDLS Plus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Plus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PDLS Plus는 PDLS의 기능을 좀 더 발전시켰니다. 좌우로만 조사각을 조절하던 것을 넘어 상향등과 하향등을 넘나들 뿐만 아니라 앞서가거나 마주오는 자동차 또는 주위 물건을 인식해 해당 부분만 빛을 차단하는 기능까지 더했다.
설명은 꽤나 복잡하지만 PDLS Plus의 구현 과정은 찰나와 같다. 운전자는 PDLS Plus가 수백 개의 LED 모듈을 실시간을 조절하는 과정을 인지하지 못할 만큼 모든 과정이 매끄럽게 이어진다. 이 같은 기능은 윈드실드에 내장된 전방 카메라가 도로 상황을 인지하고 포르쉐의 주행 속도,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LED 모듈을 조절하는 과정으로 구현된다. 다만, 그 과정이 너무나 빨라 운전자와 주변의 다른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