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가 보유한 기술력은 자타가 공인한다. '외계인을 고문해 자동차를 만든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닐 정도니까. 그만큼 포르쉐의 기술력은 경쟁자를 압도하고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중 대표적인 분야가 변속기다.
포르쉐가 만드는 모든차는 스포츠 성향을 갖는다. 즉., 강력한 엔진 힘을 바퀴 그리고 노면까지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바로 변속기다. 포르쉐의 변속기는 놀라운 순발력, 빈틈없는 동력 전달, 지치지 않는 내구성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PDK(Porsche Doppelkupplung, Porsche Dual-Clutch)가 존재한다.
모터스포츠를 위해 태어난 변속기, PDK
일반 소비자들이 PDK를 처음 접한 건 2009년 997 타입의 911을 통해서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14년 전 일이다. 그러나 PDK가 세상에 등장한 건 그로부터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 대 말 포르쉐는 이미 듀얼 클러치에 대한 아이디어를 완성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 아이디어를 완벽하게 현실화할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후 시간이 흘러 1980년대 초 포르쉐는 944 터보를 통해 PDK의 테스트를 진행한다. 다만 당시 기술로는 완벽한 PDK를 만들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포르쉐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마침내 포르쉐 956에 프로토타입 형태의 PDK를 적용할 수 있었다. 이후 PDK는 1984년 등장한 포르쉐 962에 적용돼 공식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1986년 이탈리아 몬자에서 열린 데렉벨 360km 내구 레이스에서 승리하며 PDK의 우수함 역시 증명했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변속기, PDK의 숨은 기술
2009년 등장한 최초의 양산형 PDK는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대부분 6단 듀얼클러치였던 기존 방식을 뛰어넘어 7단 구성을 갖춘 게 대표적이었다. 또한 PDK의 변속 속도는 더욱 놀라웠다. 일반적인 토크 컨버터 자동변속기보다 변속 속도가 60%나 빨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PDK는 지치지 않았다. 일반적인 자동변속기 또는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경우, 론치 컨트롤 같은 급출발이나 가혹한 서킷 주행을 마치고 나면 경고등이 뜨거나 작동이 멈추곤 했다. 그러나 PDK는 달랐다. 수십 번의 론치 컨트롤이 가능했다. 아울러 한 여름 서킷 주행 상황에서조차 제 성능을 유지했다
PDK가 이처럼 남다른 건 듀얼클러치 변속기에 필요한 기본기를 충실히 채웠기 때문이다. PDK는 평행으로 배치한 2개의 클러치를 통해 엔진과 연결한다. 각각의 클러치는 홀수 기어, 짝수 기어와 맞물린다. 클러치를 비롯해 PDK 내부의 모든 구조물은 전자 유압식으로 작동한다. 물론 운전자는 그 과정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모든 과정이 매끄럽고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911 GT3의 적용과 함께 한 단계 진보한 PDK
PDK는 2013년 991 타입의 911 GT3에 적용하며 크게 발전한다. 이미 기존 변속기와 비교할 수 없는 속도를 자랑했지만 911 GT3에 적용한 버전은 1,000분의 1초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변속을 하기에 이른다. 이 속도는 웬만한 레이스카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내구성 역시 뛰어나게 유지했다는 데 놀라움을 더한다.
아울러 기존에 없던 기능도 더했다. 패들 뉴트럴 기능이다. 스티어링 휠 뒤편에 위치한 패들 시프트를 동시에 당겨 주행 안전 장치인 PSM을 손쉽게 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좀 더 다이내믹하고 빠른 주행을 가능하게 도왔다.
일반적으로 GT3 시리즈는 기본형이나 일반 도로용 버전의 변속기 대비 기어비를 짧게 세팅한다. 동시에 더 가벼운 기어 휠과 기어 세트를 적용해 더 높은 출력에도 대응할 수 있게 한다. 결정적으로 최고속도가 6단에서 발휘하는 기존 PDK 대비 톱기어인 7단에서 최고속도를 끌어낼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차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3세대 파나메라를 통해 전기 모터와의 통합을 보여준 PDK
최근 등장한 3세대 파나메라를 통해서 포르쉐는 PDK의 새로운 모습과 가능성을 제시했다. 엔진에 전기 모터를 더한 파나메라 E-하이브리드 버전을 통해 전기 모터와 통합을 보여준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새로운 설계의 8단 PDK 하우징에 전기 모터를 합쳐 별도의 E-모터 하우징을 제거했다.
덕분에 전체 무게를 5kg 줄일 수 있었다. 더불어 오일 서킷에 유닛을 통합해 전기 드라이브의 열 제어를 최적화했다. 즉 전기 모터의 출력을 더욱 연속적으로 끌어낼 수 있게된 것이다.
포르쉐는 이처럼 나아갈 방향성을 정하고 발전시켜나가는 데 탁월한 면모를 보인다. PDK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포르쉐가 양산차에 적용한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확실히 다른 변속기와 차별점을 보인다. 장점은 더욱 극대화하고 울컥거림과 같은 단점은 지워낸 것이다. 911과 같은 헤리티지를 담은 아이코닉카 탄생 배경에 이런 브랜드 철학이 함께함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