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상징인 거대한 키드니 그릴은 과거부터 수많은 디자인 요소와 더불어 BMW의 정체성을 완성해왔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키드니 그릴은 형태를 변화무쌍하게 바꿔가며 BMW의 디자인을 이끌고 있다. 오늘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BMW 키드니 그릴의 변천사와 더불어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모습까지 살펴보려 한다.
1930~1960년대, 클래식 키드니 그릴의 시대
BMW의 키드니 그릴은 1933년 출시한 BMW 303에서 최초로 시작됐다. 눈에 띄는 점은 최초의 키드니 그릴 디자인이 오늘날 THE 4, THE 7 등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한 수직형이라는 사실이다. BMW가 최초의 키드니 그릴을 이러한 형태로 디자인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당시 자동차의 엔진 룸은 좁고 높게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BMW는 엔진 룸에 최대한 많은 공기를 들여보내 냉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릴의 형태를 최적화했고 그에 따라 수직 형태의 키드니 그릴이 완성된 것이다.
때문에 유사한 형태의 키드니 그릴은 한동안 BMW의 디자인 정체성으로 유지했다. 그에 따라 1936년에 나온 BMW 328, 1956년 등장한 BMW 503, 1962년식 BMW 3200 CS, BMW 2000 CS에도 기다란 수직 형태의 키드니 그릴을 적용했다.
1956년에 출시한 BMW 507은 수평 형태의 키드니 그릴을 최초로 적용한 모델이다. 평평한 보닛 아래 위치한 V8 엔진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기 위해 이 같은 변화가 이뤄졌다. 1961년식 BMW 1500은 키드니 그릴의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했다. 클래식 BMW와 같은 수평형 키드니 그릴을 지향했지만 면적이 훨씬 작아졌다. 대신 키드니 그릴과 헤드램프가 수평형 그릴에 통합되는 변화를 시도했다.
현재,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한 키드니 그릴
한동안 헤드램프와 비슷한 면적을 유지하던 키드니 그릴은 2018년 출시한 THE 8, THE Z4에서 또 한번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직사각형에서 탈피해 오각형의 형태를 띠었고 면적도 대폭 확대했다. 전면부의 면적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였기 때문에 BMW의 첫 인상은 더욱 강렬해졌다.
이 같은 디자인은 이후 등장한 여러 BMW에 적용했다. 그리고 THE XM에서 정점을 찍었다. THE XM의 키드니 그릴은 오각형에서 각을 더욱 세분화해 팔각형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면적도 기존보다 더욱 확대해 THE XM의 강력함을 키드니 그릴의 디자인만으로도 알 수 있을 정도다.
BMW 키드니 그릴의 존재감은 2020년 공개한 THE 4에서 다른 모습으로 발현됐다. 1933년 출시한 BMW 303 이후 87년만에 수직형 키드니 그릴을 적용한 것.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인해 많은 말이 오고 갔지만 이유 있는 선택과 변화였다. 최초로 키드니 그릴을 적용했던 BMW 303의 우아한 디자인에 대한 오마주였던 것이다. 1960~1970년대 BMW의 여러 고성능 모델과 디자인적으로 뛰어난 평가를 받은 모델들이 수직형 키드니 그릴을 적용한 게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현대적인 수직형 키드니 그릴과 과거 디자인의 차이는 존재한다. 과거와 달리 키드니 그릴을 두 개로 나누지 않고 하나로 통합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수직형 키드니 그릴이 더욱 커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후 수직형 키드니 그릴 디자인은 7세대 THE 7, 전용 전기 SAV THE iX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어느새 BMW의 강렬한 존재감을 완성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 디자인 요소로 자리를 잡았다.
램프를 품게 될 키드니 그릴 - 미래
BMW 키드니 그릴 디자인은 벌써 미래를 준비 중이다. 이 같은 모습은 CES 2023에서 공개한 ‘BMW i 비전 디(BMW i Vision Dee)’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로로 넓게 펼쳐진 디자인은 1956년식 BMW 507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BMW i 비전 디의 그릴 면적은 그보다 더 넓다. 그 결과, BMW i 비전 디의 키드니 그릴은 헤드램프를 품을 수 있게 됐다. 그릴과 램프를 하나로 연결한 디자인은 1961년식 BMW 1500과의 연결성을 보여준다. 즉, BMW i 비전 디는 미래를 지향하지만 키드니 그릴의 디자인에서는 1950~1960년대 클래식 디자인을 오마주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BMW의 키드니 그릴은 90년 전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왔다. 그중 우리가 오늘날 만나고 있는 거대한 형태의 키드니 그릴은 역사의 일부분인 동시에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모습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