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20일 나노 테크데이를 개최했다. 매년 신기술을 소개하는 자리로 올해 주제는 ‘나노 효과(The Nano Effect)’를 선정했다. 올해 선보인 기술은 총 6가지. 손상 부위를 스스로 치유하는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부터 ‘투명 복사 냉각 필름’까지 신기한 기술들을 살펴본다.
1. 셀프 힐링(Self-Healing) 고분자 코팅– ‘손상 부위를 스스로 치유한다’
자동차 분야에서 셀프 힐링 코팅 기술은 새로울 게 없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은 회복에 필요한 에너지 역치가 낮다는 점과 회복 시간이 획기적으로 빠르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서 같은 기술을 적용한 사례를 살펴보면 인피니티 FX의 ‘스크래치 자동복원’, BMW iX의 ‘자가복원 그릴’ 등이 있다. 인피니티는 차체 도장면에, BMW는 키드니 그릴에 각각 셀프 힐링 기술을 적용한 코팅을 적용했다. 두 기술은 스크래치가 발생했을 때 완전 회복까지 1일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한 높은 열 에너지를 필요로 해 계절에 따라 회복 시간 차이가 크게 발생하는 변수도 따른다.
반면,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셀프 힐링 코팅은 상온 환경에서 2~3시간 만에 스크래치를 회복할 수 있다. 게다가 투명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단순 도장면 적용을 넘어 새로운 장치에 적용할 수 있다. 자율 주행에 필요한 광학 장치 등이 대상이다. 여기에 셀프 힐링 코팅을 사용하면, 미세 스크래치로 사람을 인식하지 못해 사고를 일으킬 불상사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2.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 ‘그리스 대비 높은 윤활 성능과 2배 이상 높은 내구성 확보’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은 셀프 힐링 코팅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온 스핀-오프(Spin-Off)기술이다. 나노 캡슐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캡슐 안에 윤활 오일을 담으면 획기적인 윤활제가 탄생할 것이라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것이다.
실제 오일 나노 캡슐을 포함한 코팅을 마모가 발생할 수 있는 부품에 도포하면 마찰이 발생할 때만 오일 캡슐이 터지고 윤활막을 형성한다.
자동차에서 마모가 발생하는 부품은 대부분 회전하는 부품이라는 데 이 기술의 장점이 극대화한다. 기존에 사용하는 그리스(Grease)의 경우 회전 상황에 원심력으로 부품 바깥으로 밀려 정작 마찰 부위에 윤활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다. 오일 나노 캡슐은 이런 단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한다.
아울러 나노 캡슐 기술은 안에 담기는 원료에 따라 다용한 활용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향수를 담아 실내 내장재 마감 시 도포할 계획도 밝혔다. ‘손길이 스칠 때마다 좋은 향기를 내는 차’를 만드는 셈이다.
3. 투명 태양전지 – ‘실리콘 태양광 발전 대비 1000배 효율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투명 태양전지’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소재를 활용한 태양전지 기술이다. 이 소재는 태양광 발전 시 기존 실리콘 대비 1000배 효율을 가진다. 덕분에 아주 얇은 두께만으로 충분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얇은 두께만으로 발전한다는 의미는 빛을 투과 시키면서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빛의 투과율을 높일수록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범위는 수없이 많아진다. 예시로 자동차에 적용한다면 유리창을 포함해 차체 전체에서 태양광 발전을 할 수도 있다.
아울러 이후 소개할 ‘탠덤 태양전지’와 같이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와 이중으로 발전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꾀할 수도 있다.
4. 탠덤 태양전지 –‘한계를 뛰어넘은 극도의 태양광 발전 기술’
태양전지 기술이 보편화에 발목 잡힌 이유는 효율성에 있다. 기존 기술로는 지표면으로 내리쬐는 태양광 중 20%를 전기로 전환시키기도 힘든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탠점 태양전지를 활용하면 이 효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심지어 최근 연구소 결과에 따르면 33.7%까지 측정된 바 있다. 이를 가능케한 비결은 간단하다. 앞서 소개한 투명 태양전지 기술과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 기술을 결합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머지않은 미래에 탠덤 태양전지를 전기 자동차의 후드, 루프, 도어 등에 적용할 계획을 밝혔다. 이때 국내 평균 일조량 4시간 기준으로 1일 2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전력(약 4kWh)을 생산할 수 있을 예정이다.
5. 압력 감응형 소재 -'전력 낭비를 막고 자세 교정까지 챙긴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압력 감응형 소재의 핵심은 압력을 받은 부위만 전기 신호를 흘려준다는 데 있다. 특수 용액에 녹여 사용하면 스펀지와 같은 시트 폼에 코팅해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쿠션감을 유지해야 하는 부위에 사용하기 좋다.
소재 개발에는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 Tube, CNT)를 활용했다. 나노 단위 지름을 가진 탄소 집합체로 튜브 모양의 구조를 갖춰 가볍고 튼튼한 물성을 띈다. 아울러 전기전도도 및 열 전도도가 높다는 특성까지 지닌다.
이 모든 특성을 고려해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시트에 이 기술을 적용했다. 시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압력이 가해지는 부분만 열을 발생시키도록 한 것이다. 일정 압력이 가해지는 부분만 전류를 흘리니 적은 전기 사용량으로 탑승객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외에도 압력이 가해지는 정도를 판단하는 센서의 역할도 겸할 수 있다. 따라서 탑승자의 자세 감지를 통해 올바른 자세로 운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또한 미세한 압력도 감지할 수 있어 호흡, 심박수 등 생체 신호를 감지해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서비스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6. 투명 복사 냉각 필름 -'여름철 주차시 실내 온도를 7℃ 낮춘다'
물체가 복사열을 흡수하는 양보다 방출하는 양이 많으면 온도가 내려간다. 이를 복사냉각이라 부른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이 차량 실내 온도를 낮추는 방법이 이를 활용한 기술이다.
여러 겹의 필름을 겹쳐 통과하는 빛의 파장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햇빛의 자외선, 가시광선, 근적외선은 차단한다. 반면 차량 실내의 원적외선은 바깥으로 방출한다. 덕분에 차 안에 고인 열을 효과적으로 방출시킬 수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실제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에 따르면 복사 냉각 필름을 부착한 차가 기존 틴팅 필름을 적용한 차보다 최대 7℃ 실내 온도가 낮아지는 효과를 확인했다. 효과는 차를 운행하는 도중에도 지속 작용해 에어컨 작동에 필요한 에너지도 획기적으로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결과적으로 탄소 저감에도 0.3~0.8% 기여할 수 있다.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이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생산 단가 때문이다. 같은 면적을 생산할 때 시중에 판매 중인 열차단 틴팅 대비 1/4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기존 틴팅지 위에 사용하기만 해도 효과를 볼 수 있기에 효용 가치를 높인다.
앞서 소개한 기술들은 현대차그룹 선행 기술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기술들이다. 연구원들은 소개한 기술들이 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수많은 기술 중 가장 상용화에 근접한 기술들이라고 말했다. 빠르면 내년, 늦어도 2030년까지는 양산차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앞서 소개한 기술들이 양산화에 성공하면 차를 생산하고 운용하는 내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어 추후 탄소 크레딧을 확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