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리즈와 5시리즈를 통해 알아본 코드네임은 세단과 왜건, 쿠페, 컨버터블 등 차체 형태에 따라 숫자가 달라졌다. 이 규칙에 따르면, 7시리즈는 1세대부터 현재까지 줄곧 세단 버전만 출시했기 때문에 코드네임에 붙는 숫자는 오직 ‘0’ 하나여야만 한다.
하지만 7시리즈 코드네임은 다르다. 같은 세단의 형태일지라도 여러 갈래로 나뉘기 때문. 그렇다고 수학의 공식과 같은 코드네임 규칙을 완전히 깨버리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오늘은 7시리즈의 역사를 통해 7시리즈만의 특별한 코드네임을 알아본다.
BMW는 1977년 7시리즈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소형, 중형, 대형으로 이어지는 견고한 세단 라인업을 완성했다. 1세대 7시리즈는 피스톤 6개가 일렬로 늘어선 2.5L 가솔린부터 3.5L 가솔린 심장을 품고 있었다. 변속기 라인업 역시 4단, 5단 수동과 3단, 4단 자동으로 촘촘했다. 소비자가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한 것이다.
약 10년 동안 생산한 1세대 7시리즈는 28만 5,029대로 등장과 동시에 성공 가도를 달렸다. 세간의 주목을 받은 1세대 7시리즈는 3시리즈, 5시리즈와 마찬가지로 ‘Entwicklung’의 앞 글자인 E를 사용했고 뒤에 숫자 23을 붙였다.
1987년 출시한 2세대 7시리즈는 우리나라의 도로 환경을 바꿔 놓은 모델이기도 하다. 한국의 수입차 시장이 개방되면서 한국 땅을 밟았기 때문이다. 한층 더 날렵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은 2세대는 E32라는 코드네임을 사용했다. E32 7시리즈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BMW 역사상 처음으로 300마력을 발휘하는 M70 V12 5.0L 심장을 탑재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2세대 7시리즈에는 BMW의 도전이 깃들어 있었다. 한동안 V16 6.6L 심장을 얹고 767i 골드 피쉬라는 별명이 붙은 프로토타입 모델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양산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BMW의 기술력과 가능성을 보여준 모델로 여겨지고 있다.
코드네임 E38을 사용한 7시리즈는 2세대 대비 중후하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했다. 고급스러움이 늘었다고 날렵함이 희미해진 것은 아니었다. BMW 특유의 다이내믹한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계승했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 3세대 모델의 공기저항계수 0.30이 증명했다.
배기량을 5.4L로 늘린 V12 심장이 내는 최고출력은 326마력에 달했고, 마지막으로 수동변속기를 탑재한 7시리즈이기도 했다. 여기에 다양한 기술을 통해 안락함과 안정성까지 모두 챙겼다. 한편, 미국과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롱 휠베이스 리무진 모델인 L7이 등장하기도 했다.
4세대 등장과 함께 코드네임은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차체 길이와 방탄, 수소 내연 기관에 따라 다른 코드네임을 적용한 것이다. 기본 숏 휠베이스 모델의 코드네임은 E65였고, 롱 휠베이스는 E66을 사용했다. 방탄 기능을 적용한 모델과 하이드로젠의 코드네임은 각각 E67, E68이었다.
라인업이 다양했던 4세대 7시리즈는 크리스 뱅글의 파격적 디자인과 함께 i-드라이브, 세계 최초의 무릎 에어백 등 첨단 사양을 적용하며 진정한 플래그십 세단의 기준을 세웠다.
5세대 7시리즈는 세대 변경과 함께 코드명에 사용하는 알파벳도 ‘F’로 변경했다. 정확한 코드네임은 숏 휠베이스, 롱 휠베이스 각각 F01, F02였다. 그렇다면, 알파벳은 어떤 이유로 변하는 것일까요? 알파벳은 의외로 간단한 규칙에 의해 변한다. 코드네임은 크게 알파벳과 숫자 두 자리로 구성한다. 뒤에 붙는 숫자가 세 자릿수가 되지 않는 것이다. 알파벳은 순서에 따라 변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드네임에 사용하는 알파벳이 E, F, G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섯 번째 7시리즈는 BMW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디자인을 비롯해 다양한 최신 기술, 안전성 등으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체성을 완전히 바꿔버린 것은 아니다. BMW는 '주행의 즐거움을 주는 브랜드'라는 철칙에 따라 610마력을 발휘하는 V12 6.6L 트윈터보 심장을 탑재했다.
그렇다면 6세대 7시리즈의 코드네임은 어떻게 될까? 알파벳은 G를, 첫 번째 숫자는 1을 사용했다. 보디 형태는 이전과 동일하게 숏 휠베이스와 롱 휠베이스 두 가지 버전이 있다. 규칙에 따라 6세대는 숏 휠베이스, 롱 휠베이스 각각 G11, G12라는 코드네임을 사용했다.
일곱 번째 7시리즈, 최근 출시한 7시리즈의 내외관은 미래 모빌리티를 떠올리게 한다. 커다란 키드니 그릴과 뒷좌석에는 32:9 비율의 8K 시어터 스크린을 넣었다.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도 대표적인 요소다. 신형 7시리즈는 많은 것을 암시하는 모델이다. 미래의 자동차가 어떤 모습일지, 미래의 BMW는 어떤 브랜드일지를 담고 있는 그릇과 같다. 많은 의미가 담긴 7세대 7시리즈의 코드네임은 G70다.
1세대부터 7세대 모델을 살펴보면 BMW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 코드네임은 앞으로도 세대에 따라 변할 테지만, 7시리즈만의 가치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