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엔진을 일반 도로용 자동차에 넣어 보면 어떨까?
모터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6월 1일 메르세데스-AMG가 F1엔진과 실제 F1 레이스카에 사용하는 다양한 기술을 적용한 일반 도로용 하이퍼카 메르세데스-AMG 원(One)의 양산형을 공개했다.
메르세데스-AMG 원은 지난 2017년 프로젝트 원(Project One)이라는 계획 아래 개발을 시작했다. 'F1 레이스카의 엔진을 양산형 자동차에 넣어보자'란 단순한 목표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양산형이 공개되기까지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높은 수준의 메르세데스-AMG와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팀의 엔지니어들이 개발에 참여했지만,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을 보면 녹록한 프로젝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메르세데스-AMG 원은 1.6L V6 트윈 터보 차저의 F1 엔진과 4개의 전기모터, 8.4kWh급의 배터리, 7단 자동화 수동변속기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한다. 엔진은 뒷바퀴만을 굴리며, 프론트 액슬에 장착한 전기모터가 앞바퀴를 굴려 네개의 바퀴를 굴리는 네바퀴굴림시스템을 적용했다.
고회전에 폭발적인 성능을 발휘하는 F1엔진답게 1.6L의 작은 배기량이지만 1만 1,000rpm에서 최고출력 566마력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프론트 액슬 모터가 322마력을 낸다. 더불어 터보랙 개선을 위한 전기 모터가 엔진에 추가로 달려 있고,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제동 모터등을 사용했다.
메르세데스-AMG 원의 합산 출력은 무려 1,048마력이며, 정지상태에서 100km/h 도달 시간은 2.9초, 최고속도는 350km에 달한다. 이런 강력한 퍼포먼스를 냄과 동시에 친환경적이기도 한데, 내장된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사용하면 엔진 구동없이 최대 17km를 주행할 수 있다. 내장된 배터리는 주로 구동 중 엔진힘과 회생제동을 통해 충전하는데 전기 플러그로 충전시 2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차체는 F1 섀시 기술력을 집대성해 제작했다. 차체의 거의 모든 부분이 가볍고 강성이 좋은 탄소섬유로 돼 있어 공차 중량은 1,695kg이다. 무거운 배터리와 4개의 전기모터가 사용된 자동차답지 않게 가벼운 무게다. 서스펜션은 네개 모두 5링크 푸시로드방식을 사용한다. F1 레이스카의 그것과 동일하다. 여기에 다양한 도로를 주행하는 일반도로용 자동차답게 주행 모드에 따른 서스펜션 감도를 조정할 수 있는 전자제어 방식을 덧붙였다.
외관 디자인은 프로젝트 원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개념을 그대로 살렸다. 미드십 구조의 낮고 넓은 차체는 기본 스텐스가 오로지 달리기를 위한 자동차라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프론트 펜더의 플랩, 리어 윙 등의 전자 제어식 공력 파츠와 더불어 거대한 프론트 에어벤트, 사이드 스커트, 리어 디퓨저 등의 공력 파츠를 더했다.
실내는 외관보다 더 레이시하다. 일단 스티어링 휠이 F1 레이스카에서 사용하는 형태를 거의 그대로 사용했다. 또한 대시보드, 2개의 시트, 센터터널 등 눈에 보이고 손이 닿는 부분은 거의 다 탄소 섬유로 이뤄졌으며, 그외 부분 역시 레이스 텍스처로 마감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AMG 원은 이번 양산형 공개와 함께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다. 메르세데스-AMG는 이 차를 단 275대만 생산할 예정이며, 시작가격은 영국 파운드 기준 250만 파운드(한화 약 40억 원)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