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 코리아가 8일(수) 지프 랭글러 4xe를 출시했다. 가격은 오버랜드 8,340만 원, 오버랜드 파워탑8,690만 원이다. 실제 랭글러 오버랜드를 운용하는 입장에서 찬찬히 살펴봤다. 자세히 보니 꽤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랭글러 4xe는 가격대에 걸맞은 상품성을 갖췄을까?
1. 디자인
랭글러 4xe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이다. 하지만 겉보기엔 일반 랭글러와 구분하기 힘들 만큼 흡사하다. 오버랜드 트림을 기본으로 파란 4xe 전용 배지를 붙였고, 운전석 앞쪽에 전기 충전을 위한 충전구가 위치한다. 새로운 하이드로 블루 외장 색상이 추가된 점도 특징이다. 또, 기존 오버랜드 모델과 휠, 타이어 크기는 같지만 모양이 바뀌었다.
아무래도 내연기관 모델을 친환경차로 변환하다 보니 외형을 크게 손대지 않았다. 게다가 많은 마니아를 거느린 랭글러의 특유 디자인을 굳이 수정할 필요도 없다. 요즘 출시하는 차들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지만, 랭글러의 투박한 외모는 실제 오너들이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내도 PHEV 전용 기능들이 추가된 정도다. 계기판은 클러스터를 녹색으로 꾸몄고, 오른 편엔 속도계 대신 충방전 상태를 나타내는 게이지를 달았다. 중앙 모니터에는 하이브리드 페이지가 추가돼 현재 구동 상태와 배터리 관련 메뉴들을 사용할 수 있다. 또, 주행 모드 버튼, 배터리 충전 상태를 보여주는 램프 등도 새로 달았다.
2. 파워트레인
강력한 파워트레인은 랭글러 4xe의 핵심이다. 기존 랭글러는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 사양의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배기량 대비 강력한 성능이다. 일례로, 현대 아반떼 N과 벨로스터 N 등과 맞먹는 수치다. 2018년 4세대 랭글러(JL)를 출시하면서부터 해당 엔진을 사용했다.
랭글러 4xe에는 두 개의 전기모터가 탑재된다. 출력은 각각 45마력과 136마력. 45마력 모터는 엔진 옆에 벨트로 연결되며,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시스템을 담당한다. 136마력 모터는 메인 모터로 변속기 안에 위치한다. 변속기는 ZF사 제품이며 8단 자동이다. 메인 모터가 토크컨버터 기능을 대신하기 때문에 이전의 8단과는 차이가 있다.
보통 PHEV는 MHEV 시스템을 얹지 않는다. 이미 강력한 전기모터와 넉넉한 배터리가 연비를 높이기 때문. 하지만 지프는 가솔린 엔진 자체의 출력 및 연비 향상에도 신경을 썼다. 엔진 자체에 대한 튜닝은 따로 하지 않았다. 다만, MHEV 특성상 엔진 소음이나 질감 등이 다소 개선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국내 기준 시스템 총 출력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기준, 총 출력 375마력, 합산 토크 65.0kg.m의 강력한 힘을 갖췄다. 지프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 ‘Our green is not mild’와 딱 들어맞는 스펙이다. 시승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3. 배터리 및 실내 공간
배터리는 삼성 SDI의 고전압 배터리가 쓰인다. 15.23kWh 리튬이온배터리팩이며, 96개 셀과 12개 모듈로 이루어져 있다. 보증은 미국과 동일하게 8년 16만 km다. PHEV 모델은 완속 충전만 가능하다. 스텔란티스 코리아에 따르면, 7kW 전용 홈충전기로 2시간 반이면 완충 가능하다. 가정용 콘센트를 사용하는 2.4kW 이동형 충전 케이블로는 7시간이 걸린다.
배터리는 트렁크 아래가 아닌 2열 시트 하단에 넣었다. 트렁크 공간을 최대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랭글러 오버랜드의 트렁크 용량은 기본 897L, 폴딩 시 2,050L다. 랭글러 4xe는 이보다 적은 784L-1,909L. 줄어드는 부피를 최소화했다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최소 측정 단위가 6L인 미국 SAE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1L 블록을 사용하는 VDA 방식과 비교하면 적게 인증받을 가능성이 높다.
트렁크를 실제로 살펴봤을 때 많이 줄어든 느낌은 아니었다. 대신 2열 시트를 접으면 생기는 큰 단차는 옥에 티다. 웬만한 두께의 매트로는 단차를 메꾸기 어려워 보였다. 자연과 차박을 즐기려던 분들은 공간을 꼼꼼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도 2열 공간은 이전과 거의 동일하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체감하기 힘들 정도고, 뒷좌석 시트는 오히려 편안해진 느낌마저 든다. 특히, 허벅지 아래를 받쳐주는 느낌이 더 좋다. 시트는 동일하지만 폴딩 방식 차이로 시트 포지션 등이 변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랭글러 4xe에는 기존과 동일한 오프로드 능력을 갖추기 위해, 배터리 및 전자 부품들에 모두 철저한 밀폐 및 방수 처리를 진행했다. 덕분에 도강 역시 이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진행할 수 있다. 또, 배터리팩에는 전용 쿨링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다. 배터리 성능 유지는 물론이고, 뒷좌석 승객이 발열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돕는다.
4. 실용성
주행 모드는 하이브리드, 일렉트릭, 이-세이브 총 세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모드는 일반적인 스트롱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비슷하며, 전기를 우선 소진한다. 일렉트릭 모드는 전기차처럼 전기로만 구동하며, 배터리가 1%라도 남아 있다면 사용할 수 있다. 완충 상태라면 32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세이브 모드는 엔진을 우선 구동하며 배터리를 아낀다. 설정에 따라 배터리를 아예 안 쓰거나 정차 등의 저부하 구간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핵심은 연비다. 랭글러는 연비가 안 좋기로 유명하다. JL로 넘어오며 다운사이징 엔진과 뼈대 무게 감량 등으로 향상되긴 했지만 여전히 낮다. 기존 오버랜드 모델의 연비는 9.0km/l다. 랭글러 4xe는 12.7km/l로 40% 이상 올랐다. 2,010kg이던 몸무게가 2,345kg으로 늘었음에도 이룬 성과다. 81L던 연료탱크 용량도 65L로 확 줄였다.
이 밖에 키를 돌려야 했던 주유구가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열린다. 사용자 편의를 위함은 아니다.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이 얹혀있고, 연료 탱크 내부에 유증기가 찰 가능성이 있어서다. 버튼을 누르면 감압 후 뚜껑이 열린다. 어쨌든 편해진 건 사실이다.
랭글러 4xe는 올 2분기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친환경차다. 국내서도 단 80대지만 초도 물량을 20일 만에 다 팔았다.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최대한 빠르게 추가 물량을 들여올 계획이며, 루비콘 트림의 추가 출시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랭글러 4xe 오버랜드는 8,340만 원, 오버랜드 파워탑은 8,690만 원이다. 랭글러 오버랜드 트림이 6,590만 원이니 1,700여만 원 차이 난다. 사실 제작 단가가 높아지는 PHEV 특성상 가격이 오른 점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6,290만 원이던 오버랜드 트림을 300만 원이나 인상한 점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같은 2021년형 모델이며 옵션 변화도 없었기에 더욱 그렇다. 여하튼 랭글러 4xe의 가격은 꽤 비싸다. 그만큼의 값어치를 할 수 있을지, 추후 시승을 통해 확실히 검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