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관련 기술과 함께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을 해내는 자율주행 기술은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의 필수요소다. 사실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동차에 적용돼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자율주행 기술이 부각되는 것은 전기차와의 궁합이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에 자율주행 기술을 입히려면 엔진의 동력을 이용해 유압 시스템으로 전환하거나, 전기 에너지로 바꿔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복잡한 부품과 기술을 요한다. 하지만 전기차는 간단한 전선과 전기신호만으로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어 내연기관차 대비 훨씬 간단하고 쉽게 자율주행 기술을 입힐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자동차를 움직이는데 운전자와 시스템이 얼마나 관여하는지에 따라 단계를 나누고 있다. 초기 자율주행 기술은 제조사, 국가, 지역에 따라 각각 다른 기준을 세워 단계를 나눴는데,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The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SAE)에서 분류한 0-5 레벨, 총 6단계를 국제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SAE 기준에 따른 각 자율주행 단계에 대해 짚어 보겠다.
레벨 0 - 비자동화(Automation)
레벨 0는 운전자가 전적으로 모든 조작을 제어하고, 모든 동적 주행에 직접 관여하는 단계다. 자동차의 기본 조작과 운전 중 모니터링 전체를 운전자가 직접 관여해 조작하고, 이로 인한 사고 발생시 모든 책임 역시 운전자에게 있다.
레벨 0에 해당하는 기능은 후측방 경고 시스템이나 차선 이탈 경고, 추돌이나 충돌 경고 시스템, 속도 설정 크루즈 컨트롤 등이 있다. 즉, 자동차 시스템이 운전자에게 경고를 주긴 하지만 이에 따른 조작은 운전자가 스스로 해야한다. 2020년 SAE는 자율주행 레벨 업데이트 때 긴급제동시스템(Automatic Emergency Braking, AEB)을 레벨 0에 포함시켰다.
AEB는 경고를 넘어 충돌이 예상될 때 자동차가 스스로 제동을 하는 시스템이다. AEB는 지난 2000년대 초반 미국도로교통안전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추돌 사고를 40%, 교통사고를 20%나 경감시키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현재 판매되는 신차 대부분은 AEB 시스템을 필수적으로 장착하고 있어 레벨 0로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
레벨 1 – 운전자보조(Driver Assistance)
레벨 1은 레벨 0와 같이 운전자가 모든 조작을 제어하긴 하지만 조향이나 가감속 정도를 시스템이 보조하는 단계다. 레벨 0와 같이 자동차의 기본 조작과 운전 중 모니터링 전체를 운전자가 직접 관여해 조작해야 한다.
레벨 1에 해당하는 기능은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이탈시 자동차 스스로 차선을 맞추는 차선 유지 기능이 있다.
레벨 2 – 부분자동화(Partial Automation)
이 단계부터 자동화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최근 자동차 기능 중 흔히 접하는 ‘반자율기능’이 레벨 2에 해당된다. 레벨 2는 특정 조건하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만 시스템이 스스로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가감속과 조향 정도만 이뤄지며 주행 중 주변 모니터링과 시스템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선 즉각적인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다.
레벨 2에 해당하는 기술은 차선 유지 기능을 포함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대표적이다. 속도와 앞차와의 거리 등을 운전자가 설정하면 자동차가 스스로 차간 거리를 조정하고, 직선이나 곡선 구간에서는 스티어링까지 조향해 차선을 유지하는 기능이다. 자동차 스스로 주차를 하는 자동주차 시스템도 레벨 2에 해당한다.
레벨 3 – 조건부자동화(Conditional Automation)
이 단계 이상부터는 본격적인 자율주행 단계에 해당한다. 지난 2017년 출시된 4세대 아우디 A8이 최초의 레벨 3가 적용된 양산차였다. 레벨 3는 고속도로와 같은 특정 조건과 구간에서 자동차의 모든 조작을 시스템이 담당하는 단계다. 시스템이 기본 조작부터 모니터링까지 스스로 하지만 시스템의 요구 조건 이상의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가 즉각 개입해야 한다.
현재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에서 레벨 3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내년 쯤 레벨 3 양산차를 출시할 계획이며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도 올해 안에 레벨 3 기술이 적용된 양산차를 선보인다.
레벨 4 – 고도자동화(High Automation)
주행에 대한 핵심 제어, 주행 환경 모니터링 및 비상시 대처까지 전적으로 시스템이 전담하는 단계이다. 하지만 시스템이 예상치 못한 기후 변화나 제어 조건을 뛰어 넘는 변수가 발생하면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운전자와 운전석, 스티어링 휠, 가감속 페달 등 전통적인 자동차 조작 장치가 설치 돼 있어야 한다.
레벨 5 – 완전자동화(Full Automation)
자동차 주행에 관한 모든 것을 시스템이 담당한다. 예상치 못한 변수 발생시에도 자동차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하기 때문에 레벨 5 단계에서는 운전자가 필요 없으며, 스티어링 휠, 가감속 페달 등 자동차 조작 장치 역시 필요 없다.
레벨 5 탑승자는 자동차 시스템에 목적지만 입력하면 자동차가 스스로,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탑승객을 이동 시킬 수 있는 궁극적인 의미의 자율주행 자동차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