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티록이 2021년 6월 수입차 판매 1위에 등극했다. 비결은 ‘폭풍 할인’과 ‘보증 연장’. 먼저 산 소비자만 봉일까?
티록은 대규모 프로모션 시작 전만 해도 월 100-200대 남짓 팔리는 그저 그런 차였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판매 대수는 602대, 월 120대 수준에 불과했다. 판매 부진의 이유로 해외 대비 늦은 출시 시기, 높은 가격, 떨어지는 옵션 등이 꼽혔다.
최근 폭스바겐이 티록에 대해 18% 할인 및 5년 15만 km 보증 연장 카드를 꺼냈다. 차량 반납 프로그램까지 사용하면 할인율은 22%까지 높아진다. 상황은 순식간에 달라졌다. 줄곧 1위를 달리던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도 폭풍 할인을 넘어서긴 어려웠다. 결국 1,029대로 티록은 6월 수입차 판매 1위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이전과 비교하면 8배 이상 뛴 셈.
폭스바겐은 티록의 초기 가격을 높게 잡고 할인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구매를 유도했다. 이런 정책이 지속될 경우 소비자는 신차가 나와도 할인을 기대하게 되고 구매를 미룬다. 필연적으로 브랜드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10월, 신형 제타 출시와 함께 ‘수입차 대중화’를 선언했다. 실제로 제타는 국산차 못지않은 옵션을 갖추고 있었고, 출시와 동시에 큰 폭의 할인도 진행했다. 수입차지만 대중 브랜드로, 그리고 국산차와 경쟁한다는 포지션을 잡았기에 폭스바겐의 이미지 타격은 크지 않아 보인다. 즉, 티록 ‘폭풍 할인’은 제조사 입장에서 나쁠 게 없는 조건이다.
다른 브랜드 역시 공격적인 할인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지프는 스테디셀러 랭글러를 제외한 전 모델에 높은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체로키와 그랜드 체로키의 경우, 최고 20%에 육박하는 할인을 진행 중이다. 그랜드 체로키는 할인 금액만 1,350만 원에 달한다. 두 모델은 상반기 동안 각각 1천 대 이상씩 판매되며 실적 호조를 도왔다.
지프 역시 프리미엄 브랜드로 보기 어렵다. 판매 방식에 있어 폭스바겐과 차이는 스테디셀러에 대한 최소 할인이다. 물론 프리미엄한 브랜드 이미지를 가져가긴 어렵다. 대신 적어도 모델에 따라 할인 없는 차라는 인식을 심어줄 순 있다. 랭글러 등의 스테디셀러에 대해선 정가 정책이 먹힌다는 소리다.
한편, 한국 시장 철수를 앞두고 대규모 할인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피아트는 국내서 2017년 철수 전 500과 500X에 최대 40%에 달하는 파격 할인을 내세운 바 있다. 작년 닛산 역시 최대 30%에 육박하는 금액을 깎아줬다.
이 경우 시장 철수 및 단종에 대한 리스크를 안고 구매하는 터라, 낮은 중고 가격 및 AS 부실에 대한 걱정 등을 감안해야 한다. 참고로 단종 모델에 대한 부품 공급 유지 기간은 7년이다. 닛산은 지난해 철수를 진행하며 8년간 AS를 보장했다.
새 차에 대한 할인은 중고 값 하락을 초래한다. 가끔 새 차가 중고차보다 저렴해지는 기이한 현상도 일어난다. 하루아침에 가격이 크게 바뀐다면, 소비자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프로모션 직전에 구입한 소비자는 더욱 억울할 터.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및 충성도는 함께 떨어진다.
할인 판매를 무조건적으로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소비자는 새 차를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고, 브랜드는 재고품을 줄일 수 있다. 사실 물건을 파는 제조사 입장에서 시기적절한 프로모션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좋을 건 없다. 물론, 가장 아름다운 시나리오는 처음부터 적절한 가격에 판매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