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자동차 브랜드에서 속속 최신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다. 형태도 세단을 시작으로 해치백, SUV, 스포츠카 등 정말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전기모터와 배터리의 기술력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 이젠 내연기관 자동차 못지 않은 주행 가능 거리를 자랑한다. 하지만 선뜻 전기차를 다음 자동차로 선택할 수 없는 큰 허들이 있다. 바로 충전시간이다.
제조사마다 배터리 용량에 따라 조금씩 편차가 있긴 하지만 전기자동차를 급속 충전소를 이용해 배터리 80%까지 충전하려면 40분에서 1시간 정도가 걸린다. 완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최소 8시간 이상이 걸린다. 최근 충전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사용한 전기차가 속속 출시되고 있긴 하지만 800V 전용 충전소에서 80% 충전까지 최소 22분에서 30분까지 걸린다.
충전 시간 뿐 아니라 충전소의 보급 현황과 관리 상태도 전기차를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6만 4,000대가 있다. 현재까지 보급된 전기차가 14만대 정도 되니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비율은 약 2.2대 정도다. 그리 낮지 않은 수치긴 하지만 충전기 관리 실정과 이용자 대부분이 비슷한 시간에 충전을 하려하기 때문에 실제 수치보다는 부족하다 느낄 수 밖에 없다.
전기차는 저녁에 퇴근해 집에 마련된 주차장에서 밤새 완속 충전하고 다시 이용하는 패턴이 가장 바람직하다. 급속과 달리 배터리에 무리가 적고, 충전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주거 환경상 ‘우리집 주차장에서 우리집 전기를 끌어다 충전’하는 이용 환경이 쉽게 나올 수가 없다. 급속 충전기에 사람이 모이고, 이로 인한 충전 적체가 이어지니 아직 불편할 수 밖에.
전기차 이용에 항상 충전에 관련된 이슈가 나오니 최근 충전 대행 서비스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아슬아슬하게 직장까진 왔는데, 다시 집에 갈 전기가 충분치 않고 회사엔 전기차 충전 시설이 없다면? 두어 시간 후 멀리 출장 스케줄이 있는데 급하게 미팅이 잡혀 충전할 시간이 없다면? 전기차를 이용하며 이런 경우가 꼭 발생한다. 충전 대행은 이런 피치 못할 사정상 직접 충전을 하지 못할 경우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충전 대행 서비스는 대부분 브랜드 직접 운영에 관여해 브랜드 전기차 소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지난해 아우디에서 시작했고 최근엔 현대자동차가 ‘픽업앤충전’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리고 가장 최근 기아는 yw모바일과 함께 충전 대행 서비스 ‘이온(eON)’을 론칭했다.
이 중 가장 최근에 출시된 이온을 직접 이용해봤다. 이온은 5월 27일 정식 출시됐고 6월 15일까지 시범운영기간을 거쳐 기아 EV6가 정식 출시되는 올 하반기쯤 정식 서비스 오픈을 준비중에 있다. 시범운영기간에 서비스를 1회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해 주기 때문에 무료로 전기차 충전 대행 서비스가 얼마나 편리한 지 테스트해볼 수 있다.
이용 전 살펴본 이온의 장점은 도서, 오지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서비스 이용 3시간 전까지만 예약하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현대차의 ‘픽업앤충전’ 서비스는 토요일 제외, 9시부터 17시라는 시간 제약부터 최소 하루 전에 예약해야한다는 조건과 서울 지역만 이용이 가능하다.
이온 어플리케이션은 오직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만 다운 받을 수 있다. 즉, 아이폰 이용자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아이폰을 위한 어플리케이션은 올 하반기에 출시 예정이다. 안드로이드만 된다는 점은 매우 큰 단점이다.
어플리케이션의 메뉴 구성은 매우 심플하다. 고객 소유의 자동차 정보, 기본적인 소유자 정보, 결재 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기아의 커넥티트 시스템인 ‘유보(UVO)’와 연동돼 이동이나 충전 중 내 차의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도 있고 시범운영기간엔 아직 서비스가 되지 않는 디지털키 기능도 조만간 사용 가능할 예정이다. 디지털키를 이용하면 전기차 충전 대행 서비스를 언택트로 진행할 수 있다.
충전 대행에 이용할 전기차의 배터리 잔량은 10% 정도. 13시 30분에 충전 서비스를 받기 위해 서비스 이용 약관에 밝힌 3시간 전인 10시 30분쯤 담당 차저를 요청했다. 서비스 지역은 서울 시내가 아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진행했다. 서비스 신청을 하면 픽업 장소와 리턴 장소를 선택할 수 있고 충전을 원하는 충전소 위치까지 이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이용요금은 4만원이다. 4만원에 전기차 픽업 앤 리턴, 충전 비용과 만일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전용 보험료 등이 포함됐다. 픽업 앤 리턴 기준은 왕복 15km며, 배터리 잔량에 상관없이 기본 80% 충전에 90% 충전 시엔 1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실제 서비스를 이용한 지역과 충전소와의 거리는 기본 거리인 15km내에 위치해 추가 요금은 없었다.
충전 대행 서비스를 신청하면 서비스 신청 시간인 13시 30분 기준 한 두시간 전에 담당 차저 배정을 알려준다고 한다. 하지만 서비스 시간이 임박한 13시까지도 담당 차저가 배정 되지 않았다. 충전 대행 서비스는 이용자가 직접 충전을 할 수 없는 긴박한 경우에 주로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차저 배정이 공지한 시간 보다 늦어진다는 건 이용자 입장에서 조금 불안했다. 아직 시범 운영기간이기 때문에 정식 운영 시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3시가 조금 넘어 담당 차저가 배정됐다. 하지만 어플리케이션이나 문자, 메신저 등을 통한 알림이 없이 어플리케이션으로 직접 실행하고서야 알 수 있었다. 이 부분 역시 추후 업데이트가 필요해 보인다. 우려와 달리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 맞게 담당 차저가 도착했다.
충전 대행 서비스는 전기차 운행에 대한 특성(회생 제동 및 엑셀 민감도 등)과 충전 프로세스에 대한 특별 교육을 이수한 드라이버만이 차저로 활동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전기차 조작 미숙이나 행여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련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자동차 키를 넘겨주면 담당 차저가 설정한 전기 충전소까지 이동 후 충전을 시작한다. 3시간 전에 설정된 충전소가 막상 충전하러 가면 다른 전기차가 충전 중인 경우가 있다. 이럴 때엔 배정된 차저가 이용자와의 협의를 통해 가까운 다른 충전소로 이동해 충전을 진행한다. 충전 중 발생한 주차료 역시 서비스 비용에 포함돼 있다.
충전 완료 후 다시 지정한 위치로 전기차를 리턴 해주는 예상 시간은 69분.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지만 이해할 만한 수준이었다. 전기차는 소유자가 직접 충전할 때에도 충전소의 이용 상태나 관리 상황에 따라 충전 소요시간이 더 소요 될 수 있기에 여유 시간을 둬야 조급하지 않게 이용할 수 있다.
전기차 충전 대행 서비스인 이온은 소유자가 충전을 직접 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용하기에 좋은 서비스다. 한 두시간 정도 전기차 충전에 소비되는 시간을 아낄 수 있기 때문.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서비스를 예약하고, 충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또한 예상치 못할 저녁 약속으로 전기차를 운전할 수 없는 경우 대리 운전 대신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집까지 전기차를 충전해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서비스 이용 요금이 저렴하지 않아 매번 서비스를 이용해 전기차를 충전하기엔 부담스러우며, 운영 초기라 담당 차저 배정도 아직 매끄럽지 못했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주유하 듯 전국 어디에서나 빠르고 쉽게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날까지 이런 전기차 충전 대행 서비스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플레이어가 늘면 그만큼 충전 서비스 비용도 보다 낮아지고 서비스 품질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