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스포츠카 브랜드 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포르쉐. 사실 포르쉐는 슈퍼카라는 이미지 보다 고성능 스포츠카라는 이미지를 대표하고 있는 브랜드다. 물론 포르쉐의 고성능 모델의 성능을 보면 슈퍼카 못지않은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엄밀히 말해 슈퍼카 범주에 속하진 않는다.
포르쉐는 브랜드 철학인 ‘누구나 쉽게 일상에서 스포츠카의 성능을 즐긴다’라는 기조 아래 모델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소량의 슈퍼카보다 이에 못지않은 고성능을 지닌 양산 스포츠카를 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르쉐는 브랜드 70여년 동안 당대 슈퍼카 기준을 만족하는 슈퍼카를 생산했다.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은 모델을 생산해 냈기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 포르쉐 크레스트를 품은 슈퍼카, 어떤 모델이 있었는지 함께 살펴보겠다.
550 SPYDER
포르쉐가 레이스를 위해 만든 첫번째 모델로써 1953년부터 1956년까지 단 90대가 생산됐다. 차명에 쓰인 550은 550kg의 초경량 무게를 뜻한다. 550 스파이더는 공랭식 4기통 수평대향 1.5L 엔진을 장착하고 110마력의 출력을 냈다.
최고 출력이 당시에도 그렇고 현재 기준으로도 슈퍼카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았지만 미드십 레이아웃을 통한 완벽한 무게 배분과 핸들링 감각, 여기에 알루미늄이 사용된 엔진 등으로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550 스파이더는 당시 모터스포츠 무대를 휘어잡은 슈퍼카라 할 수 있으며, 모터스포츠의 확고한 성공으로 제임스 딘과 같은 전 세계 셀럽의 마음을 단번에 훔쳤다. 또한 550 스파이더는 현재 판매중인 미드십 스포츠카, 718의 기원이라 평가받는 중요한 모델이다.
904 Carrera GTS
포르쉐 모델명에 사용하는 GTS는 트랙과 일반 도로의 경계선에 위치한 모델을 뜻한다. 오픈로드 레이스에 적합한 성능과 세팅을 가진 모델로 역동적인 성능과 함께 내구성을 겸비한 모델. 1963년부터 생산된 904 카레라 GTS는 GTS의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한 모델이다.
904 카레라 GTS는 포르쉐 역사상 처음으로 고정식 루프가 달린 첫번째 미드십 레이아웃의 모델이었다. 그전까지 포르쉐의 미드십 레이아웃 모델은 다 루프가 없는 스파이더 형태였다. 또한 904 GTS는 최초로 보디에 플라스틱을 사용한 포르쉐이기도 하다.
904 카레라 GTS는 트랙뿐만 아니라 일반도로에서도 큰 인기를 구가했다. 레이스에서의 활약도 빼어난데요, 당시 타르가 플로리오, 몬테 카를로, 르 망에서 맹활약했다. 엔진은 4기통에서 8기통 수평대향 엔진이 사용되었고 최고 출력은 250마력 정도였다.
911(930) Turbo
포르쉐만큼 과급기(터보차저)를 잘 다루는 스포츠 브랜드는 없다. 포르쉐 모터스포츠의 성공 베이스에는 과급기 기술력이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1975년 911 최초의 터보차저 모델인 911(930) 터보는 모터스포츠에서 갈고 닦은 과급기 기술력을 접목시킨 모델이다.
과급기를 사용하면 엔진 실린더 내에 보다 압축된 공기를 밀어 넣을 수 있어 동일한 배기량 대비 더욱 높은 출력을 얻을 수 있다. 930 터보는 앞선 레이스카 917의 과급기 기술력을 적용한 모델이다.
엔진은 수평대향 6기통 3.0L 터보엔진이 사용됐는데, 출력이 약 250마력 정도를 냈고 최고 속도는 무려 250km/h에 달했다. 1977년 개선된 930 터보 모델은 수평대향 6기통 3.3L 터보엔진에 압축공기를 냉각하는 인터쿨러를 더해 300마력까지 출력을 끌어 올리며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터보=강력함’이란 의미를 부여했다.
959
포르쉐 959는 포르쉐 최초로 ‘슈퍼카’라는 명칭을 받은 모델로 평가받는다. 강력한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는 신기술로 무장한 959는 포르쉐 바이작 센터 지하에 외계인 고문 시설이 있다’는 풍문을 시작한 모델이기도 하다.
1985년 911 G모델을 기반으로 수평대향 6기통 2.8L 트원 터보 엔진을 사용해 무려 450마력의 출력을 냈고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4초 내에 도달할 수 있는 강력한 퍼포먼스 선보였다.
또한 네바퀴굴림 시스템, ABS 시스템, 런플랫 타이어 적용, 차체 패널에 케블라 및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 사용, 조절가능식 댐퍼 등의 신기술이 듬뿍 담기며 포르쉐의 하이-테크 슈퍼카의 시초를 연 모델이 959다.
911 GT1
포르쉐의 슈퍼카 911 GT1은 FIA GT1 클래스 참가를 위한 레이스카의 호몰로게이션(Homologation) 모델이다. 보통 양산차를 기반으로 레이스카를 만드는데, 911 GT1은 레이스 전용 모델을 먼저 만든 후 규정을 위해 일반도로용 모델을 만든 경우다.
911 GT1은 포르쉐 바이작센터에서 911을 기반으로 100% 수작업을 통해 만든 모델이다. 리어 엔진 레이아웃 기반의 911과는 다른 미드엔진 레이아웃을 지녔고, 수평대향 6기통 3.2L 트윈터보 엔진으로 550마력 정도를 냈다.
Carrera GT
포르쉐의 현대적인 슈퍼카 개념을 정립시킨 모델. 레이스용으로 개발된 V10엔진을 사용한 카레라 GT는 엔진을 차체 중앙에 위치시키는 미드십 레이아웃을 지녔고, 2003년부터 양산되기 시작했다.
포르쉐의 전통적인 수평대향 엔진이 아닌 V형 10기통 엔진은 5.7L 자연흡기 방식으로 무려 8,000rpm에서 612마력을 토해냈다. 이를 바탕으로 최고속도는 330km에 달했고,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7분 33초의 랩타임을 기록하며 당시 가장 빠른 슈퍼카중 하나였다.
918 SPYDER
슈퍼카를 넘는 포르쉐의 첫번째 하이퍼카. 2010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콘셉트카로 등장했고 2013년 918대 한정 생산된 양산차가 출시됐다. 카레라 GT보다 작아진 V8 자연흡기의 엔진과 전기모터 시스템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
918 스파이더의 하이브리드 기술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닌 감속 때 에너지를 충전했다 가속 때 부스트로 사용하기 위한, 오로지 퍼포먼스를 위해 사용됐다. V10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으로 시스템 출력은 887마력을 냈다.
918 스파이더는 포르쉐 최초의 하이퍼카라는 의미를 넘어 포르쉐 미래 전략인 ‘Mission E’의 청사진을 제시한 모델이며, 포르쉐 양산차 최초로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6분 57를 기록하며 7분대의 벽을 격파한 모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