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이 이름을 듣고 설레지 않을 모터팬은 흔치 않습니다. 아이코닉 스포츠카 911이 뒤에 붙지 않더라도 말이죠. 모든 클래스에서 스포츠카를 만든다는 포르쉐의 철학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포르쉐라는 이름 그리고 포르쉐의 911이나 마칸, 카이엔, 박스터 등의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오늘은 포르쉐의 모델명. 그 기원을 찾아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포르쉐라는 브랜드 명은 1931년 포르쉐를 창업한 페르디난트 포르쉐(Ferdinand Porsche)의 이름을 의미합니다.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지금의 보헤미아(체코 서부의 라틴어 지명) 마퍼스도르프에서 태어났습니다. 훗날 그의 아들 페르디난트 안톤 에른스트 ‘페리’ 포르쉐가 가업을 물려받았고, 회사 최초의 스포츠카인 356를 만들었습니다.
페르디난트 포르쉐에겐 루이제 포르쉐라는 딸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안톤 피에히라는 인물과 결혼을 했습니다. 이때부터 성이 바뀌면서 루이제 피에히가 되는데, 그녀의 아들 다시 말하면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외손자가 바로 몇 십년 후 페르디난트 피에히라는 폭스바겐 그룹 CEO가 됩니다. 지금의 폭스바겐 그룹을 이끌어 낸 장본인이죠.
포르쉐 901이었던 ‘911’
포르쉐 아이코닉 스포츠카 911의 등장도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아들 페리 포르쉐는 코드명 356 뒤를 잇는 스포츠카를 901이라는 이름으로 1963년 선보이게 됩니다. 반응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푸조가 가운데 ‘0’이 들어간 작명방식은 1920년대부터 자기들의 소유라 주장하면서 이름을 바꿔야 할 처지에 놓입니다.
1963년 가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도 포르쉐 901로 출시되었고, 심지어 901로 다음해까지 82대가 생산이 되어 있었는데 말이죠. 결국 911로 차명을 바꾸게 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911은 포르쉐 브랜드 전체를 이끄는 대표 주자가 됩니다.
포르쉐 부흥의 상징 ‘카이엔’
포르쉐의 대표 SUV인 카이엔은 2003년부터 북미에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카이엔을 설명하기에 앞서 ‘미스터 포르쉐’라는 명칭으로도 불리는 벤델린 비데킹이라는 인물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1990년 포르쉐는 판매부진으로 도산 위기에 처합니다. 이때 등장한 CEO가 바로 벤델린 비데킹입니다. 그는 1991년 39세 나이에 CEO로 취임하면서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SUV를 개발했는데 그것이 바로 ‘카이엔’입니다.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현재도 포르쉐 모델 판매량 가운데 1~2위를 다투는 모델이죠.
이 카이엔(Cayenne)의 차명은 ‘매운 고추’라는 뜻입니다. 프랑스령 기아나의 수도 역시 같은 이름이지만, 맵기로 유명한 고추라고 하는 것이 정설로 통합니다.
가장 포르쉐 다운 이름 ‘카레라’
카레라는 스페인어로 ‘레이스’를 의미합니다. 포르쉐는 다양한 레이스에서 발자국을 남겼는데요. 그 중 하나는 바로 멕시코에서 개최된 국경 간 레이스 ‘카레라 파나메리카나 (Carrera Panamericana)’였습니다.
이후 카레라는 포르쉐에서 ‘레이스’를 대신하는 이름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특히 포르쉐 마케팅 부서에서 카레라라는 이름을 아주 사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수년 간 포르쉐에서 카레라는 무언가 한층 더 위에 있는 스포츠 GT의 대명사처럼 여겨집니다.
차의 특성을 말해주는 이름 ‘박스터’
1990년대 등장한 포르쉐 박스터(Boxter). 박스터라는 이름은 의외로 간단하게 지어졌다고 합니다. 오픈 탑 모델로 등장한 로드스터 ‘roadster’ 바디와 수평대항형 엔진의 영문 명 ‘Boxer engine’에서 각각 이름을 차용해 만든 합성어입니다.
한때 ‘입문형 포르쉐’로 입소문을 타면서 북미와 유럽에서 많은 판매고를 올렸던 모델입니다. 이후 981 박스터로 2012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다시 선보였고, 911과 918에 적용된 최신 포르쉐의 디자인언어를 계승했습니다. 지금은 718이라는 네이밍이 붙으면서 포르쉐 스포츠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죠.
세단의 옷을 입은 스포츠카 ‘파나메라’
파나메라는 앞서 언급한 카레라의 역사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바로 멕시코 고속도로 파나메리카(Panamerica)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멕시코 정부는 1950년에 이 고속도로를 개통했는데요. 길이가 무려 3,373km에 이릅니다. 독특하게도 이 고속도로 개통에 맞춰 6일간 횡단 레이스를 개최했는데 이 대회이름이 바로 ‘카레라 파나메리카나’였습니다.
넓고 긴 고속도로를 순항하는 고급 대형 세단. 그러면서도 스포츠카의 본질을 잊지 않고 레이스에 임하는 고급차의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클래스 최강의 컴팩트 SUV ‘마칸’
포르쉐 마칸은 2000년대 초반에 데뷔한 카이엔의 동생격으로 2013년 LA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됐습니다. 국내에는 이듬해 출시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죠. 지금도 카이엔과 함께 포르쉐의 판매량을 견인하는 효자 모델입니다.
마칸의 이름은 인도네시아어 혹은 말레이시아어로 ‘호랑이’를 의미합니다.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는 ‘바람둥이’라는 의미로도 통용된다고 하는데 공식적인 뜻은 ‘호랑이’입니다. 컴팩트하지만 강력하고 민첩한 마칸의 퍼포먼스를 잘 표현하는 이름이네요.
가장 환상적인 포르쉐 ‘타르가’
타르가는 1966년부터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에서 열린 산악 경주용 대회인 타르가 플로리오(Targa Florio)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이탈리아 어로는 ‘방패’라는 의미도 있죠. 포르쉐의 엠블럼이 방패에서 바탕을 이루고 있으니 아마도 일맥상통한다고 본 모양입니다.
가장 환상적이면서도 완벽하게 오픈에어링을 즐길 수 있는 포르쉐 911 타르가 4 &4S는 최근 신형 모델로 선보이면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죠.
지금까지 살펴본 포르쉐 여러 이름들의 유래. 어떠셨나요? 그 이름만으로도 포르쉐 안에 숨겨진 스포츠카 유전자가 살아 꿈틀대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