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투싼
“현대차 투싼은 D 세그먼트 SUV의 교과서입니다” 자동차 리뷰를 보면 이런 말이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투싼도 알겠고, SUV라는 말도 이해가 되죠. 하지만, 가운데 떡 하니 있는 ‘D 세그먼트’라는 말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세그먼트라는 말은 자동차를 이야기하다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대체 세그먼트는 어떤 말이길래 자동차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까요? 이번 시간에는 자동차 세그먼트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려 합니다.
기아 2023 K9
세그먼트는 쉽게 말해 차급을 나누는 기준입니다. 점수에 따라 나뉘는 내신 등급과 같은 셈이죠. 세그먼트의 사전적 정의는 ‘나누다 혹은 분할하다’입니다. 우리나라 기준의 경우 배기량에 따라 경형, 소형, 중형, 대형으로 자동차를 분류합니다. 하지만 유럽은 앞 범퍼에서 뒤 범퍼까지 길이 즉, 전장을 기준으로 세그먼트를 분류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더 뉴 기아 레이
세그먼트는 A부터 F까지로 구분되는데, A 세그먼트는 전장 3,500mm 이하 자동차를 말합니다. 흔히 말하는 작은 시티카 혹은 미니카이기도 하죠.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에는 이런 차급 모델을 지금은 만들지 않습니다. 과거 유럽 골목을 자유자재로 드나들던 이세타가 A 세그먼트였죠. 국내 기준으로는 경형(경차) 자동차가 A 세그먼트에 속합니다.
미니 JCW 팻 모스 에디션
B 세그먼트는 전장 3,500mm에서 3,850mm 이하 자동차입니다. 최근에는 ‘슈퍼 미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BMW i3와 미니 쿠퍼 3도어가 B 세그먼트 대표 모델이죠. 3,850mm~4,300mm 이하 자동차는 C 세그먼트에 속합니다. 국내 기준으로는 소형차에 속하지만 소형차 중 가장 큰 자동차를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C’
다음은 D 세그먼트입니다. 스포츠 세단의 정석 3시리즈나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 혹은 아우디 A4 등 전장 4,300mm~4,700mm 이하의 자동차를 말합니다. BMW를 예로 들자면 같은 플랫폼을 쓰는 3시리즈 왜건과 4시리즈 그란 쿠페는 물론이고 최근 출시한 전기차 i4 역시 D 세그먼트 울타리 안에 서식하는 모델이죠. 사실 요즘 출시되는 자동차는 점차 크기가 커지고 있는 추세라 기준 전장을 벗어납니다. 4,710mm의 3시리즈 역시 그렇죠. 그렇다고 해서 세그먼트의 이동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국내 시장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현대차 그랜저, BMW 5시리즈나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는 E 세그먼트에 해당합니다. E 세그먼트는 전장 4,700mm~5,000mm 이하를 가진 모델을 말하는데요, 흔히 비즈니스 세단이라고도 부릅니다. E세그먼트는 패밀리카로도 적당한데다 범용성이 커서 고성능 모델까지 다양한 파생모델을 두고 있습니다. BMW M5와 메르세데스-AMG E63 등이 대표적이죠. 한때 현대차 쏘나타가 N모델로 파생된다고 해서 큰 화제를 모은바 있습니다. 이러한 차들은 짜릿한 성능을 더해 기존 E 세그먼트 특성의 고정관념을 깨버렸습니다.
아우디 A8L 55TFSI
마지막은 F 세그먼트입니다. F 세그먼트는 5,000mm 이상의 길이를 가진 자동차를 말합니다. 흔히 플래그십 세단이라고도 부르고, 북미에서는 풀사이즈 세단이라고도 합니다. BMW 라인업에서는 7시리즈와 i7이 해당됩니다. F 세그먼트의 경우 브랜드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신 기술과 고급스러움을 가장 많이 담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J세그먼트도 있습니다. J세그먼트는 SUV 가운데 특히 크기와 상관없이 부르는 차급을 일컫습니다. BMW X3나 X5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E세그먼트 SUV라는 이름을 더 활용해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는 아니죠.
BMW X5 블랙 버밀리온 에디션
비슷한 개념으로 2도어 쿠페나 컨버터블, 쿠페형 세단처럼 스포츠 성향이 짙은 모델들을 모아 S세그먼트라고 부릅니다. 또 밴이나 다용도 차량을 포함하는 M 세그먼트가 있습니다.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가 대표적이죠.
최근에는 점차 자동차간 혼류 모델들이 다양해지고 있죠. 특히 전기차 시대를 맞이해 차종간 다양한 교류는 더 급격한 물살을 탈 것으로 보입니다. SUV와 세단의 조합 혹은 전기차의 SUV 크로스오버는 기아 EV9 등 차세대 모델로도 퍼지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적합한 모델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역시 구매자의 취향과 조건들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겠습니다.